김문수 경사노위원장 취임... "내가 반노동적? 난 친노동 인사"

입력
2022.10.04 17:07
김문수 경사노위원장 취임... 임기는 2년 
"나를 향한 불신 알아... 반노동적 인물 절대 아냐" 
"노란봉투법, 중대재해법 독소조항 있어... 신중해야"
시작부터 긴장감 형성... 사회적 대화 물꼬 진통 예상

노동운동가 출신 정치인인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이 4일 취임했다. 과거 반노동·극우 성향 발언으로 노동계의 반발을 산 김 위원장은 "양대노총의 불신을 인지하고 있고 스스로를 돌아보겠다"고 다짐하면서도 자신은 친노동 인사이며, 노사 갈등을 조율한 경험이 풍부하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경사노위 대회의실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사회적 대화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이 천명한 노동개혁 추진의 중심축 역할을 할 것"이라며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노동개혁의 목적 실현을 위해 노사 간 대화, 타협을 중심으로 국민적 공감대를 이룰 수 있도록 하겠다"고 취임 소감을 밝혔다.

김문수 "누가 나 보고 반노동이라냐" 항변

경사노위는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고 노동의제를 논의하는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다. 정부는 노동개혁을 위해 경사노위의 역할을 강조했지만 김 위원장의 임명에 노동계는 크게 반발했다. 노동운동가 이력을 가졌지만 김 위원장은 최근 파업 중인 노동자들을 '사회주의·공산주의자'라고 칭하는 등 반(反)노동 발언을 해 왔고, 극우성향의 극단적 발언으로 입방아에 오르는 등 미래 노동시장을 바꿀 사회적 대화를 이끌기엔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노동계의 비판을 의식한 듯 김 위원장은 취임사에서 양대노총을 언급했다. 그는 "경사노위 주체인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우리 위원회와 저에 대해 믿을 수 없다는 말씀 잘 듣고 있다"면서 "특히 저 개인에 대한 불신에 대해서는 더욱 진지하고, 겸허하게 스스로를 돌아보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반노동 인사라는 비판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자신과 아내, 가족들의 노동운동 이력을 언급하며 "나에게 반노동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누군지 토론을 했으면 한다. 나보다 친노동적인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시절에도 강성이라고 알려진 도립병원 노조가 병원과 싸울 때 원만하게 해결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태일은 자신보다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운동)해 왔던 거지, 자신의 월급을 올려 달라거나 노동해방 이런 말은 하지 않았다"면서 현 노조들을 비판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노란봉투법·중대재해법에는 비판적... 노총 "중재자 역할 충실해야"

김 위원장은 이날 노동계와 반대되는 입장도 여럿 내놨다. 특히 노란봉투법 제정과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서는 비판적 입장을 밝혔다. 그는 "노란봉투법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이 법이 연봉 많은 노동자에게도 해당되기 때문에 어떤 여파가 있을지 신중한 검토가 있어야 하며, 검수완박 때처럼 일방적인 통과가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서는 "입법 의도는 좋지만, 과도한 독소조항이 있어 이를 고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시작부터 미묘한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사회적 대화의 물꼬를 트는 데는 진통이 예상된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과거에 친노동 행보를 보였을지 몰라도, 최근 보인 것은 분명 반노동 행보"라면서 "사회적 합의를 빙자해 정부의 노동정책을 관철시킨다는 우려가 있어서 경사노위에 불참하는 것인데, (이날 발언으로 보아) 김 위원장을 임명한 의도가 더욱 분명해 보인다"고 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이날 김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경사노위 위원장 자리가 대화를 잘하도록 조정하고 분위기를 만드는 자리인 만큼, 중재자 역할에 충실해야 함을 되새기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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