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도는 쌀, 정부가 무조건 사면… "2030년 1.4조 필요"

입력
2022.10.02 15:01
쌀 시장격리 의무화 도입시 농가 소득 안정
쌀 소비 급감 고려하면 과잉 생산 늘 수밖에
재정 투입 증가 불가피, 여야는 대치

과잉 생산으로 남아도는 쌀을 정부가 무조건 사들이는 시장격리 의무화 조치를 도입하면 2030년엔 나랏돈 1조4,000억 원을 써야 한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추계가 나왔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쌀 시장격리 의무화를 두고 여야가 부딪히고 있는 가운데 여당인 국민의힘 측에 힘을 실어주는 셈법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2일 내놓은 '쌀 시장격리 의무화의 영향 분석' 보고서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은 쌀 수급 전망과 향후 재정 변화 등에 관한 면밀한 검토가 전제돼야 할 것"이라며 쌀 시장격리 의무화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야당이 정기국회 중점처리 법안으로 제시한 양곡관리법 개정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것이다.

쌀 시장격리 의무화는 올해 유례없는 풍년에서 비롯됐다. 과잉 생산으로 시장에서 팔리지 못하고 쌓여 있는 쌀을 국가가 의무적으로 사들여야 한다는 게 야당 구상이다.

이에 반해 여당은 쌀 시장격리를 강제 조항으로 두는 대신 현재처럼 시장 상황을 지켜보면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 25일 역대 가장 많은 쌀 45만 톤을 구매하는 시장격리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현재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보고서는 우선 쌀 시장격리 의무화에 따른 긍정적인 효과로 농가 소득 안정성 강화를 제시했다. 소비자에게 팔지 못한 쌀을 정부가 사주니 농가로서는 소득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쌀 시장격리 의무화 조치에 따른 필요 예산 역시 만만찮다. 보고서는 쌀 재배 면적이 현재 추세대로라면 2022~2030년 연간 1.3%씩 줄어드는데, 시장격리 의무화를 도입하면 감소폭이 0.5%로 작아진다고 전망했다. 정부 지원이 현실화하면 쌀 농사를 접는 대신 해볼 만하다고 여기는 농민도 많아져서다.

시장격리 의무화로 예상보다 커지는 쌀 재배 면적과 급감세인 쌀 소비량을 감안하면 남아도는 쌀 증가는 불가피하다. 보고서는 쌀 초과 생산량이 2022년 25만 톤에서 2030년 64만 톤으로 불어난다고 예상했다. 또 정부가 초과 생산된 쌀을 의무 구매하는 데 따른 예산 소요액은 같은 기간 5,559억 원에서 1조4,042억 원으로 뛴다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풍작에 따른 과잉 발생 등에는 시장격리 등 정책 개입이 필요하다"면서도 "(쌀 시장격리 의무화 도입시) 농업인의 재배 면적 감축 노력 등이 배제된다면 정부 재정 부담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세종= 박경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