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이 2012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n번방' 사태 등 아동·청소년을 겨냥한 디지털 성범죄 연루 피고인들이 다수 재판에 넘겨지면서 기소자가 급증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2일 발간한 '2022년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아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은 2,903명으로, 전년도(2020년)보다 415명 증가했다. 아청법 위반 기소자는 2012~2018년 1,500~1,900명 수준을 유지했으며, 2019년에는 1,592명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하지만 n번방 사태 당시 조주빈을 시작으로 연루자들이 대거 기소되면서 2020년 2,488명으로 급증했다.
지난해 성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으로 기소된 피고인은 5,161명으로 전년도보다 182명 늘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 전국 법원에 접수된 형사사건은 전체적으로 줄어들었다. 구속 상태로 형사재판을 받은 피고인 비율 역시 최근 10년 사이 가장 낮았다. 코로나19 발생에 따른 거리두기와 집합금지 등 방역조치로 형사사건 신고가 줄어든 영향으로 보인다.
지난해 전국 법원에 접수된 1심 형사사건은 22만6,328건으로 전년보다 13.0% 감소했다. 죄명별로 보면 횡령·배임(3,293건)이 1년 사이 32.4% 줄어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공무집행방해(6,743건)는 19.1%, 상해·폭행(1만9,258건)은 17.0%, 절도·강도(1만562건)는 16.8%, 강간·추행(6,247건)은 5.6%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도박죄는 1,204건의 1심 재판이 열려 25.9% 증가했다.
선고 등 결론이 나오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전년보다 증가했다. 지난해 1심 합의부 형사재판은 구속 사건의 경우 평균 138.3일, 불구속 사건은 217일이 걸렸다. 전년보다 각각 7일과 22.8일 길어진 것이다. 고등법원에서 진행되는 2심 구속사건 처리 기간도 평균 128.7일로 전년보다 4.7일 늘었다.
1심 형사재판에서 구속 상태로 재판받는 인원은 지난해 1만8,410명으로 2012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불구속 재판 원칙에 따른 추세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