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유지하고 '남침' 넣는 역사 교과 절충안...변수는 이주호·이배용

입력
2022.09.30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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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교과 정책연구진, 공청회 시안에서 '절충'
이주호, MB정부 때 '자유민주주의' 교육과정 고시
이배용, 박근혜 정부 국정교과서 편찬위원 출신
연말 교육과정 고시까지 논란 이어질 수도

역사 편향성 논란에 휩싸인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대해 1차 절충안이 마련됐다. 6·25 전쟁 원인에서 빠졌던 '남침'이란 표현은 다시 들어간다. 보수 진영 일각에서 교육과정에 넣을 것을 요구한 '자유민주주의'는 담기지 않고 원안대로 '민주주의'가 유지된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건국'이나 '대한민국 수립'으로 표현하라는 보수 진영의 요구도 반영되지 않았다.

절충안이 나왔어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되풀이된 새 교육과정을 둘러싼 '역사 전쟁'이 끝난다는 보장은 없다. 이명박 정부의 역사 교육과정 개편 작업 당시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었던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다시 교육부를 이끌 가능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여기에 박근혜 정부 때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주도한 이배용 국가교육위원장도 정책 결정권자로 복귀했다.

교육부는 역사 교육과정 정책연구진이 교과별 공청회를 앞두고 제출한 고등학교 한국사 교육과정 시안에 6·25 남침을 명시했다고 30일 밝혔다. 정책연구진은 '남침으로 시작된 6·25 전쟁'이란 표현을 교육과정상 성취기준 적용 시 고려사항에 포함시켰다. 교육과정 성취기준이란 교육을 통해 학생이 도달하기를 기대하는 수준을 의미한다.

이 밖에도 산업화나 신자유주의와 관련해 보수 진영의 요구가 교육과정에 반영됐다. 성취기준의 '산업화의 성과와 한계를 파악'이란 표현은 '산업화의 성과를 파악'으로 수정됐다. 현대사 파트에서 '신자유주의가 미친 영향을 탐구한다'는 성취기준 해설은 아예 삭제됐다.

반면 '대한민국 정부 수립 과정을 탐색한다'는 표현과 '민주주의'는 유지됐다. 교육부는 "'자유' 가치를 반영한 민주주의 서술, 대한민국 '수립' 또는 '건국' 용어 사용 요구가 있었으나 반영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남한 정부가 수립된 1948년 8월 15일을 대한민국 수립이나 건국으로 표현할 경우 1919년 임시정부 수립이 건국 시점으로 인정되지 않아 다시 '건국절' 논란과 같은 역사 논쟁이 격화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정책연구진이 수정한 공청회 시안은 최종안이 아니다. 교육부 차관이 위원장인 교육과정심의회 논의 후 국가교육위원회 심의와 의결을 거쳐 올해 안으로 교육부 장관이 확정·고시를 해야 교육과정이 확정된다.

때문에 교육부를 다시 이끌 수도 있는 이주호 후보자, 이미 임명된 이배용 국가교육위원장이 키를 쥐고 있다는 분석이 교육계에서 나온다. 이 후보자는 '민주주의'를 '자유민주주의'로 고쳐 논란을 불렀던 2009 개정 교육과정의 역사 교과 각론을 2011년 교과부 장관일 때 고시했다. 이 위원장은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 추천으로 국정교과서 편찬심의위원으로 활동했다. 당시 국정교과서는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대한민국 수립으로 기술해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부정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홍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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