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존중으로 갈등 줄이고, 새로운 통합시대 열어야

입력
2022.09.29 17:20
정승문 보건복지부공무원노동조합 국립재활원지부장

10월 2일 노인의 날, 경로효친(敬老孝親)을 장려하고, 우리 사회에 헌신해온 노 선배님들께 감사를 표하기 위해 1997년에 제정된 법정기념일이다. 노인의 날에 대해 익히 알고는 있었지만 해가 지날수록 이 날의 의미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필시 노인에 대한 스스로의 인식 변화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어린 시절, 노인이란 내겐 너무 멀고도 어려운 존재였다. 당시 노인공경에 대한 엄격한 사회적 시선도 이유겠지만 언젠가 나도 노인이 될 수밖에 없다는 당연한 진리를 너무 막연히 생각한 탓이다. 그로부터 많은 시간이 흘렀다. 나는 아직도 사회가 정한 노인의 범주에 도달하진 못했지만, 내 삶에 많은 영향을 끼친 누군가(부모님, 직장 상사, 대학의 선배일 수도 있다)는 서서히 ‘어르신’이라는 지칭에 익숙해지고 있었다. 노인이라는 단어가 내 삶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짐을 느낀다.

현재 노인에 대한 인식은 과거와 비교했을 때 큰 차이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노인을 규정하는 기준 나이는 만 65세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수립한 1964년도에 도입해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만 65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그 때와 분명 차이가 있다.

52년 전(1970년) 우리나라 국민의 기대 수명은 60세 안팎이었다. 실정이 이렇다보니 당시 65세는 노인을 넘어 장수의 표본으로 여겨졌다. 또, 마을 공동체에선 그들을 극진히 모시고, 삶의 지혜와 조언을 구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국민의 기대 수명은 20년 넘게 가파르게 증가했다. ‘만 65세’를 넘겼지만 경제활동을 놓지 않는 경우가 훨씬 많아졌다. 나의 스승께선 “요즘 ‘만 65세’는 대중교통에서 경로석 앉기도 눈치 보인다”고 웃으시곤 한다.

불편한 이야기를 잠시 꺼낼까 한다. 이 시대에서 노인은 과연 어떻게 비쳐지고 있는가? 과거 공동체에 지혜를 설파하며 존경 받던 노인은 사회 역동에 도움이 되지 않는 존재로 폄훼되어 그 의미가 퇴색되고 있진 않은가. 노인의 날을 맞아 우리 사회가 노인을 올바르게 바라볼 수 있도록, 그들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할 필요가 있다.

그 시작은 역시 상호존중이다. 대한민국이 신(新)세대와 기성세대의 갈등을 줄이고, 새로운 통합의 시대를 열 수 있도록 노인과 청년, 지역사회와 전문가 집단을 망라한 국민 모두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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