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예람 중사 강제추행 공군 부사관 징역 7년 확정… 보복협박은 무죄

입력
2022.09.29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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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들 "법은 우리 아이에게 차가웠다"
'신고 무마' 준위는 항소심서 징역 2년

고(故) 이예람 공군 중사를 성추행하고 죽음에 이르게 한 가해자가 징역 7년을 확정받았다.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29일 군인 등 강제추행치상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협박 등 혐의로 기소된 장모(25) 중사에게 징역 7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공군 제20전투비행단 소속이던 장 중사는 지난해 3월 부대원들과 복귀하는 차량 안에서 후임인 이 중사의 거부에도 강제로 추행한 혐의를 받는다. 장 중사는 피해를 신고한 이 중사에게 일을 키우지 말라며 '용서해주지 않으면 자살하겠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이 중사는 같은 해 5월 극단적 선택을 했다.

1심은 장 중사에게 징역 9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를 넘어 군 기강과 전투력에 심각한 해를 끼쳤다"고 판단했다. 다만 자살을 암시하는 듯한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은 보복협박이 아닌 '사과 행동'이었다는 장 중사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2심 재판부는 징역 7년으로 감형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자살 암시를 포함한 사과문자를 보낸 점은 위해를 가하겠다는 구체적 해악고지로 볼 수 없다"고 봤다. 그러면서 "(이 중사의) 극단적 선택의 결과를 오로지 가해자 책임으로만 물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법원도 이날 항소심 판결을 유지했다.

유족 측 강석민 법무법인 유한 변호사는 선고 직후 대법원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실망감이 크다"고 밝혔다. 강 변호사는 "해악의 고지가 충분히 있었다고 판단할 만한 정황이 있었는데도 대법원이 면밀히 파악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 중사의 아버지 이주완씨는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증거가 불충분했기 때문에 (보복협박죄에서) 무죄가 나왔다고 생각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 중사의 어머니는 "법은 우리 아이에게 차가웠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 중사가 강제추행 피해를 당했다고 신고하자 이를 무마하려고 한 혐의로 기소된 노모 준위는 이날 2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0부(부장 이재희)는 이날 노 준위에게 1심과 같은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노 준위는 이 중사에게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가 간다"며 신고를 못 하도록 회유하거나 협박한 혐의를 받는다.

재판부는 "성범죄 피해자를 보호하긴커녕 사건을 스스로 해결하겠다는 시대착오적이고 잘못된 믿음에 따라 사건을 음성적으로 처리하려고 했다"고 지적했다.

안미영 특별검사팀은 최근 노 준위 이외에 부실 수사와 2차 가해 책임이 있는 공군 상관들을 무더기로 기소했다. 장 중사도 '이 중사가 성추행 피해를 입지 않았는데도 거짓신고했다'며 허위소문을 퍼뜨린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이 사건은 서울중앙지법에서 다음 달 첫 재판을 앞두고 있다.

문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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