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보이스피싱 피해를 막기 위해 실명확인 절차가 없는 'ATM무통장입금'의 한도를 1회 50만 원으로 축소하고, 1일 수취한도도 300만 원으로 정했다.
금융위원회는 29일 이런 내용을 뼈대로 한 '금융분야 보이스피싱 대응방안'을 발표했다. 앞서 26일 윤석열 대통령이 "보이스피싱과 스토킹 등 서민범죄에 대해 전쟁을 선포한다는 각오로 임해달라"고 주문한 데 따른 것이다.
정부와 금융권 노력으로 보이스피싱 범죄 발생 건수는 최근 감소하는 추세다. 그러나 피해자를 직접 만나 현금을 건네받는 대면편취형 보이스피싱, 오픈뱅킹을 통해 피해자의 모든 계좌를 털어버리는 신종 수법 등이 급증하면서 피해액 자체는 불어나는 실정이다.
우선 금융위는 대면편취형 보이스피싱 대응 방안을 마련했다. 금융위는 ATM무통장입금 한도를 현행 회당 100만 원에서 50만 원으로 낮추고 하루 받을 수 있는 한도를 300만 원으로 신설하기로 했다. 피싱 범죄 일당이 피해자에게 갈취한 현금을 집결 계좌로 모으기 위해 실명확인 절차가 필요 없는 ATM무통장입금을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ATM무통장입금의 경우 주민등록번호나 타인 또는 가상의 번호를 입력하더라도 입금이 가능한데, 입금 한도를 줄일 경우 반복적 입금 행위로 인한 신고 가능성을 높이고 범죄 조직의 집금 과정을 번거롭게 만들겠다는 의도다.
'1회 입금 한도를 축소하고 1일 수취 한도를 300만 원으로 규정할 경우 보이스피싱과 무관한 소비자가 불편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에 금융위 관계자는 "50만 원을 초과해 입금할 경우 50만 원 단위로 나눠 입금이 가능하고, ATM무통장입금을 통해 금전을 수취한 계좌 중 1일 수취금액이 300만 원 미만인 계좌가 99.56%나 된다"고 설명했다. 또 "이번 ATM 규제는 실명확인이 불가능한 ATM무통장거래에만 한정될 뿐 카드나 통장을 이용한 ATM 송금, 모바일·인터넷 등 비대면 송금, 창구 송금 등은 기존과 동일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오픈뱅킹도 개선된다. 오픈뱅킹은 한 금융회사 애플리케이션(앱)만으로 다른 금융회사 계좌를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다. 피싱 범죄 일당은 피해자 개인정보로 비대면 계좌를 만들어 오픈뱅킹에 접속, 다른 계좌에 있는 돈을 가로채고 있다. 이에 금융위는 비대면 계좌 개설을 통한 오픈뱅킹 가입 시 3일간 자금이체를 차단하고, 사전에 오픈뱅킹 가입 및 계좌 연결을 제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 밖에 △비대면 계좌 개설 시 신분증 진위확인시스템 의무화 △'1원 송금' 실명확인 시 유효 기간(최대 15분) 설정 △통신사기피해환급법 개정을 통한 보이스피싱과 조력자 처벌규정 마련 등이 추진된다. 금융위는 "이번 방안을 신속히 추진하는 동시에 진화하는 보이스피싱에 대응하기 위한 여러 방안을 지속 보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