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징집령 일주일 만에…유럽 도피 6만, 카자흐 입국 10만

입력
2022.09.28 01:45
"국경 폐쇄되면 불법 월경 증가할 듯"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 투입을 위해 지난 21일(현지시간) 예비군 동원령을 내린 지 일주일 만에 유럽과 중앙아시아로 도피한 러시아인 수가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유럽연합(EU) 국경관리기구 ‘프론텍스(Frontex)’는 “지난주 러시아인 6만6,000명이 EU 역내로 들어왔다”며 “전주에 비해 30% 증가한 수치”라고 밝혔다.

이들 대부분은 핀란드와 에스토니아로 입국했다. 두 나라는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및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상대적으로 가깝다. 로이터통신은 최근 4일간 러시아 시민 3만 명이 핀란드에 도착했다고 전했다.

EU 회원국이 아닌 벨라루스와 조지아, 중앙아시아 국가인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몽골 등 다른 이웃 국가로 도피한 사람도 상당히 많다. 전체 엑소더스(대탈출) 규모는 수십만 명에 이를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카자흐스탄 정부는 러시아군 동원령 발표 일주일 만에 러시아인 9만8,000명이 자국으로 들어왔다고 전했다. 조지아로 입국하는 러시아인도 하루 1만 명 수준으로 늘었다. 조지아 국경을 건너려는 차량 행렬이 16㎞ 이상 길게 늘어선 광경이 위성사진으로 포착되기도 했다.

프론텍스는 “러시아 정부가 국경을 폐쇄하기로 결정하면 불법 월경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다만 러시아 정부는 “국경을 닫을 계획은 없다”며 성난 민심을 수습하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도 성명을 통해 “카자흐스탄, 조지아 또는 다른 나라에 러시아 시민 인도에 대한 어떤 요청도 보내지 않았으며 그럴 계획도 없다”고 말했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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