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정부와 여당을 향해 "'서민 지갑 털어 부자 곳간 채우기 정책'은 민주당이 최선을 다해 막겠다"며 이번 정기국회에서의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윤석열 정부의 외교 문제에 대해서도 "제1당으로서 책임을 분명히 묻겠다"고 날을 세웠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 교섭단체대표연설에서 “위기에서 국민을 보호하고 위기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국가 역할을 강화해야 하지만, 안타깝게도 정부와 여당은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연 3,000억 원 이상 영업이익을 내는 초대기업 법인세를 깎아주고, 주식양도소득세 비과세 기준을 10억 원에서 100억 원으로 높이면서, 3주택 이상의 종부세를 폐지하려 한다”며 “특혜 감세로 부족해진 재정은 서민예산 삭감으로 메우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저비용 고효율이 입증된 지역화폐 예산을 전액 삭감한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주거취약계층을 위한 공공주택예산, OECD 국가 중 가장 가난한 우리 노인을 위한 노인 일자리, 청년내일채움공제 같은 청년예산도 대대적으로 삭감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서민 지갑 털어 부자 곳간 채우기’ 정책은 민생 경제위기의 근본 원인인 양극화, 불평등을 확대한다”며 “민주당이 최선을 다해 막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의 영미 순방을 거론하며 “제1당으로서 이번 외교참사의 책임을 분명히 묻겠다”고도 말했다. 그는 “조문 없는 조문외교, 굴욕적 한일정상 회동은 국격을 훼손시켰고,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논의와 한미 통화스와프는 이번 순방의 핵심과제였음에도 꺼내지도 못한 의제가 됐다”며 “총성 없는 전쟁인 외교에 연습은 없다. 오판 하나, 실언 하나로 국익은 훼손되고 막대한 비용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에너지 정책에 대한 비판도 이어갔다. 이 대표는 “우리 정부는 원전 비중을 32.8%로 대폭 높이고, 2030년 재생에너지 목표를 21.5%로 낮추는 등 세계적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며 “국내 재생에너지 생산을 빠르게 늘리지 않으면, 기후위기 대응 실패는 물론 제조업의 해외유출과 경쟁력 악화를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에 ‘국회 기후위기 탄소중립 특별위원회’ 설치를 제안했다.
이 대표는 연설을 통해 대선 과정에서 제시한 주요 의제였던 ‘기본사회’를 다시 꺼내들었다. 그는 “각자도생을 넘어 기본적 삶이 보장되는 기본사회로 나아가야 한다”며 “가난을 증명한 사람을 골라 지원하지 않고, 모두를 지원한 후 불필요한 몫은 회수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 원 기초연금을 지급하는 것이 바로 ‘노인 기본소득’”이라며 “기초노령연금을 월 40만 원으로, 모든 노인으로 점차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인구 위기와 정치개혁에 대해서도 여야가 손을 잡자고 제안했다. 이 대표는 “초저출생이나 인구문제를 함께 논의할 ‘인구위기와 초저출생 대책 특별위원회’ 구성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그는 “5년 단임제를 4년 중임제로 바꿔 책임정치를 가능하게 하고 국정의 연속성을 높여야 한다”며 “올해 정기국회가 끝난 직후 국회 내에 ‘헌법개정특별위원회’를 구성하자”고도 했다.
대선 과정에서 합의한 공통공약 추진도 촉구했다. 이 대표는 △온전한 손실보상제도 △기초연금 40만 원 인상 △코로나백신피해 국가책임제 △주식공매도 개선 △가상자산 법제화 △디지털 성범죄피해자 원스톱 지원센터 △간호법 제정 등을 거론하며 “국민께 공히 약속한 대선공약은 함께 추진하자. 여야공통공약 추진협의체 구성과 공통공약 공동추진을 다시 촉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