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 인사로 꼽히는 이화영(59) 킨텍스 대표(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쌍방울그룹 검찰 수사의 '키맨'으로 떠올랐다. 그는 수년간 법인카드 사용을 포함해 쌍방울 측에서 뇌물성 금액 2억5,000만 원 등 총 4억여 원을 수수한 혐의로 28일 구속수감됐다. 정치권에선 그를 이재명 대표와 쌍방울 간 변호사비 대납 의혹의 연결고리로 지목하고 있다.
김경록 수원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8일 “범죄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이화영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뇌물공여 등 혐의를 받는 쌍방울그룹 부회장도 이날 함께 구속됐다.
이화영 대표는 강원 동해 출신으로 성균관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뒤 1988년 이상수 의원 보좌진으로 정치권에 발을 들였다. 2003년 열린우리당 창당 과정에서 창당기획팀장과 기획조정실장 등을 맡았으며, 2004년 이상수 의원을 대신해 출마한 17대 총선에서 서울 중랑구갑에 당선돼 지역구를 물려 받았다.
이화영 대표가 금품수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는 것은 처음이 아니다. 10년 전에도 재판에 넘겨진 적이 있다. 그는 국회의원 시절인 2006~2008년 김동진 전 현대차그룹 부회장에게 당시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을 받던 정몽구 명예회장의 구명 청탁과 함께 1억 원을 받고, 자신이 총재로 있던 한국방정환재단에 3,000만 원을 기부하도록 한 혐의로 기소됐다. 2009, 2010년 동향인 유동천 전 제일저축은행 회장에게 불법 정치자금 1,500만 원을 받은 혐의도 있었다.
대법원은 그러나 2015년 공여자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객관적 물증이 없다는 취지로 이화영 대표에게 무죄를 확정했다. 다만 하급심 재판부는 "금품을 받았을 것으로 의심되긴 하지만, 검찰이 공소사실을 의심의 여지 없이 입증하지 못했다"고 짚었다.
재판이 끝난 뒤 2017년 3월 쌍방울 사외이사로 이름을 올렸던 이화영 대표는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이재명 대표 캠프에서 선대본부장을 맡으며 측근으로 자리 잡았다. 그는 이재명 대표가 경기지사에 당선되자 같은 해 8월 경기도 평화부지사 자리를 꿰찼다.
과거 학생운동을 주도하다 두 차례 투옥된 이화영 대표는 국회 입성 후에는 '386 운동권' 출신 대표 정치인으로 꼽히며, 대북 경제교류와 통일 문제에 관심을 보였다. 경기도 평화부지사로 발탁되기 전에는 동북아평화경제협회를 설립하고, 민주당 남북교류협력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그는 2020년 1월까지 평화부지사를 지낸 뒤, 같은 해 9월 킨텍스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검찰은 이화영 대표가 경기도 평화부지사 시절부터 공기업인 킨텍스 임원 때까지 쌍방울 법인카드 등으로 수억 원을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이화영 대표를 구속하면서 수사에 탄력을 받게 됐다.
검찰은 쌍방울이 돈을 댔던 아태평화교류협회를 통해 경기도 대북행사를 우회 지원할 때 이화영 대표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또한 쌍방울이 대북사업을 추진할 때 이화영 대표가 북한과의 연결고리 역할을 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2019년 5월 쌍방울 실소유주인 김성태 전 회장이 북한 민족경제협력연합회 인사들을 만나 광물자원 개발 공동추진 관련 합의서를 작성하는 자리에 이화영 대표가 배석했다는 진술도 최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