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세계 경제를 바라보는 ‘잿빛’ 우려가 짙어지고 있다. 올해보다 더 크게 휘청거릴 것으로 전망되면서 세계 경제가 하강 국면을 지나 침체의 늪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경고음마저 커지고 있다. 침체의 파고에 올라선 한국 경제 역시 내년부터 성장세가 한층 더 꺾일 전망이다.
2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이날 발표한 ‘중간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을 2.2%로 내다봤다. 종전(6월)보다 0.6%포인트 끌어내렸다. 다만 올해 성장률 전망은 이전과 같은 수준(3.0%)을 유지했다. OECD는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른 에너지·식량 가격 상승으로 세계 경제 성장이 정체됐고, 주요국의 통화 긴축정책으로 경기 회복이 상당 기간 지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로 위기에 처한 유럽 국가의 성장률이 크게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유로존(-1.3%)과 독일(-2.4%), 프랑스(-0.8%) 등의 내년 성장률 하락폭은 전 세계 평균을 웃돈다.
세계 경제가 흔들리면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역시 성장세가 둔화할 것으로 예측됐다. OECD는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2.8%)를 6월보다 0.1%포인트 높였으나, 내년 성장률은 하향 조정(2.5%→2.2%)했다. “한국은 향후 대외 수요 둔화로 성장세가 약화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게 OECD의 분석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주요국의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고,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고환율 여파로 국내 순수출도 크게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해당 수치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더 이상 악화하지 않고 유럽의 에너지 위기도 점차 완화할 것을 전제로 한 전망이다. 러시아발 유럽의 에너지 위기가 더 심해질 경우 OECD는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이 0.5%포인트 추가 하락하며 초유의 1%대 저성장(1.7%) 시대가 열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세계 경제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19 발발을 제외하곤 2~6% 사이의 성장률을 기록해왔다.
OECD는 올해 한국의 물가상승률 전망치도 종전 4.8%에서 5.2%로 0.4%포인트 높였다. 이대로라면 1997년(7.5%) 이후 24년 만에 가장 높은 물가상승률을 기록하게 된다. 이미 국내 물가는 5월(5.4%) 5%대를 돌파한 데 이어 6월(6.0%)과 7월(6.3%) 두 달 연속으로 6%마저 뛰어넘었다. 8월 상승률 역시 5.7%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내년 물가상승률(3.9%)은 기존보다 0.1%포인트 소폭 높이는 데 그쳤다.
주요 20개국(G20)의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8.2%)은 6월보다 0.6%포인트 상향 조정했고, 유로존은 1.1%포인트 높인 8.1%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