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미란 “‘정직한 후보 3’ 찍을 수 있으면 광대뼈라도 깎을 것”

입력
2022.09.26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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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정직한 후보 2' 개봉 앞둬
"코믹 연기할 때 부끄러워"
"수상보다 오래 연기하는 게 꿈"

정치인이 거짓말을 못 하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영화 ‘정직한 후보’(2020)는 흥미로운 소재로 웃음을 빚어내 눈길을 끌었다. 코로나19 확산 시기에 개봉해 극장 관객은 153만 명에 그쳤으나 주문형비디오(VOD) 시장에서 인기를 모았다. 주연배우 라미란에게는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안겼다. '정직한 후보 2’가 당연한 듯 만들어졌고, 28일 개봉한다. 전편에 이어 2편에서도 ‘원우먼쇼’를 선보인 라미란을 23일 오후 서울 팔판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라미란은 “속편을 기대하긴 했으나 실제로 하게 돼 좋았다”며 “전편과 엇비슷한 인물 구성이라 드라마 1회를 더 찍는 듯한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전편에서 국회의원이었던 주상숙(라미란)은 백수로 전락한다. 서울시장 선거에 낙선한 후 집까지 날려 강원 강릉시에 낙향해 산다. 상숙은 바다에 빠진 한 청년을 구해줬다가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되고 강원지사가 된다. 재선을 위해 부동산 개발사업을 펼치다 악당들과 악연을 맺는다. 설상가상으로 상숙은 진실만 말하는 ‘병’이 도진다. 충실한 보좌관 박희철(김무열)마저 ‘진실의 주둥이’를 가지게 되면서 상황은 더 꼬인다. 영화는 상숙과 희철의 곤경을 바탕으로 웃음을 제조한다.

주상숙은 거짓말을 못 하게 되면서 북한 ‘최고 존엄’에게까지 입에 담기 힘든 말을 한다. 황당할 수 있는 설정을 어색하지 않게 웃음으로 변환하는 라미란의 연기 솜씨는 여전하다. 주상숙이 라미란, 라미란이 주상숙처럼 보인다. 하지만 라미란은 “30% 정도만 상숙을 닮았다”며 “저는 상숙과 달리 권력욕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높은 분들 있는 자리는 절대 가지 않는다”며 “윗분 울렁증이 있어 영화사 대표님들도 (잘 만나지 않아) 잘 모른다”고 밝히기도 했다.

영화 ‘댄싱퀸’(2012)과 ‘국제시장’(2014) 등으로도 관객을 웃겼던 코미디의 달인은 “웃기는 연기를 할 때 많이 부끄럽다”는 의외의 말을 했다. “연습을 철저히 하지도 않고 그저 촬영장에서 나오는 대로 연기한다”며 “코미디 연기를 할 때 긴장이 가장 많이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라미란은 사석이나 촬영장에서 분위기 메이커로도 유명했다. 활달한 입담과 야한 농담으로 사람들을 즐겁게 했다. 하지만 그는 “MBTI가 E(외향적)에서 I(내향적)로 바뀌었다”며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했다. “단역 시절엔 가끔 가는 현장이 어색해서 (웃기려) 노력했던 것”이라며 “이젠 다들 익숙해져서 제 유머가 잘 먹히지도 않고 나이 들어 조심스럽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그는 인터뷰 중 야한 농담을 슬쩍 던졌다. “요즘은 숨도 야하게 쉬면 안 돼요. 조심해서 (균일하게) 잘 쉬어야 해요.”

라미란은 ‘정직한 후보 2’로 여우주연상을 받고 싶은 마음은 없다. “바라는 것 자체가 지나친 욕심”이라는 이유에서다. 2021년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을 때 그는 “소감을 아예 준비하지 않았다”. “여자가 주연인 영화가 적어 나까지 후보가 됐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수상자를 축하하자는 마음으로 시상식에 참석”했고, “다른 후보들에게 미리 수상 축하한다고 인사말을 건넸다”고 한다. 정작 자신이 받게 돼 “민망했다”. 당시 라미란의 수상 소감은 “저한테 왜 그러세요”였다. “상을 받으면 인정해 주시는 것 같아 좋긴 하나 더 부담스러워져요.”

배우로서 라미란의 꿈은 “오래 연기하는 것”이다. “저 사람 연기 이제 다 간파했다, 지겹다, 그런 반응이 늦게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특정 이미지가 반복되는 걸 경계할 만도 한데 그는 ‘정직한 후보’가 더 만들어지길 원한다. “광대뼈를 깎는 일이 있더라도 해야죠. (이 영화 관계자) 모두가 잘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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