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 합병 여부 관련 주민 투표를 진행 중인 가운데, 초기 출구조사 결과 남부 자포리자 주민 10명 중 9명 이상이 러시아 영토 편입을 찬성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25일(현지시간)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은 크림반도의 친러시아 기관 ‘정치사회연구소’를 인용, 투표 첫날인 23일 투표를 마치고 나온 자포리자 주민 5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출구조사에서 93%가 러시아 영토 편입을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23일부터 27일까지 닷새간 자신들이 손에 넣은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와 루한스크주, 남부 자포리자주와 헤르손주 등 4개 지역에서 영토 편입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투표를 둘러싸고는 잡음이 잇따른다. 투표 과정을 군경이 감시하거나 투명한 투표함을 사용하는 등 기본적인 ‘비밀 투표’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다는 주장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투표가 진행되는 도중에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된 것도 이례적이다.
투표의 신뢰성도 떨어지고 있다. 이미 주민 상당수는 러시아의 침공 후 피난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남은 주민들은 대다수가 러시아계이거나 친러시아 성향일 수 있어 압도적인 가결이 예상된다. 2014년 러시아가 점령한 크림반도의 경우, 영토 편입을 위한 주민투표가 무려 97%의 찬성률로 가결된 바 있다. 투표는 사실상 러시아 병합을 위한 ‘요식행위’인 셈이다.
우크라이나와 서방이 러시아 주도의 주민 투표는 국제법 위반이라며 강하게 반발하는 가운데 러시아는 오는 30일 우크라이나 점령지에 대한 합병 승인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