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에서 이민자를 태우고 지중해를 건너던 배가 시리아 해안에서 침몰해 80명 가까이 숨졌다. 실종자 구조 작업이 계속 진행 중이라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23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과 AP통신 등에 따르면 시리아 보건당국은 전날 지중해 연안에서 난민선이 침몰한 이후 시신 77구를 수습했으며 구조된 생존자 20명은 시리아 서부 도시 타르투스에 있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시리아 해안 경비대는 실종자 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
이 선박은 며칠 전 레바논 항구도시 트리폴리 인근 미니에에서 출항해 유럽으로 향하던 길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시리아 당국은 침몰 당시 배에 120~150명이 탑승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대다수가 레바논, 시리아, 팔레스타인 국적자였고, 여성과 어린이도 많았다. 침몰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AP통신은 이번 사고가 레바논을 탈출해 유럽으로 가려는 불법 이주민의 해상 사고 중 최악의 인명 피해를 낳았다고 짚었다.
사고 소식을 접한 유족들은 오열했다. 트리폴리 인근 가난한 마을에 사는 중년 여성은 아들 가족을 모두 잃었다. 35세 아들과 손녀 2명, 손자 1명은 숨졌고, 며느리는 간신히 구조됐으나 위독한 상태다. 이들은 지독한 가난에서 벗어나 더 나은 삶을 꿈꾸며 이탈리아로 가기를 원했다고 BBC는 전했다.
레바논은 코로나19 대유행과 2020년 베이루트 항구 폭발,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물가 급등 등이 겹치며 최악의 경제난을 겪고 있다. 인구 75%가 빈곤층으로 분류될 정도다. 더구나 내전을 피해 국경을 넘어 온 시리아 난민도 150만 명 이상 머물고 있다. 유엔난민기구에 따르면 레바논은 인구 1인당 수용한 난민 수가 세계에서 가장 많다.
최근에는 시리아 난민뿐 아니라 극심한 생활고를 겪는 레바논 주민들도 불법 난민선에 몸을 싣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달 초에는 레바논을 떠난 배가 터키 해안에서 침몰해 어린이를 포함해 6명이 사망했고 73명이 구조됐다. 4월에는 레바논, 시리아, 팔레스타인 국적 이민자를 태우고 이탈리아로 가던 배가 레바논 해군과 대치 끝에 트리폴리에서 5㎞가량 떨어진 바다에서 침몰해 수십 명이 목숨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