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총재 "금리 '점진적 인상'의 전제 바뀌어... 새 지침 제시할 것"

입력
2022.09.22 11:22
미국 연말 금리 4.4%로 상향 조정에
"'4% 수준' 기대에서 상당폭 높아져"
추가 '빅스텝' 질문엔 확답 피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기준금리를 점진적으로(0.25%포인트씩) 인상하겠다"는 기존 방침을 변경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미국의 연말 금리가 큰 폭으로 상향 조정됐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22일 '비상 거시경제 금융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수개월간 드렸던 포워드 가이던스(사전 안내)는 조건부로, '어떤 기본 조건이 유지되는 한' 이러한 전제 조건을 항상 갖고 있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미국의 기준금리가 4% 수준에서 어느 정도 안정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한 달 사이에 많이 바뀌었다""그 이상으로 상당폭 높아진 것이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저희가 생각한 전제조건에서 벗어난 것이 우리 물가에 어떤 영향을 줄지를 고민해서 다음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회의를 통해 여러분께 새로운 포워드 가이던스를 제시하도록 하겠다"고 예고했다. 다음 금통위는 다음 달 12일 열린다.

포워드 가이던스는 중앙은행이 향후 경제상황 분석을 바탕으로 제시하는 선제적 통화정책 지침이다. 이 총재는 7월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빅스텝) 결정을 발표하며 "당분간 0.25%포인트씩 점진적 인상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다만 "대내외 여건 변화로 인플레이션이 가속하거나 경기 둔화 정도가 예상보다 커지면 정책 대응 시기와 폭이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후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1일(현지시간) 3연속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인상)을 밟으며 올 연말 기준금리 전망을 기존의 3.4%에서 4.4%로 상향 조정했다. '기준금리 점진적 인상'의 전제가 바뀌었다는 의미다.

이 총재는 '추가 빅스텝을 해도 우리 경제가 충분히 버틸 수 있나'라는 질문에 "한은 입장에서는 물가가 가장 큰 관건이다. 여기 계신 모든 분들과 같이 판단해야 할 문제"라며 확답을 피했다. 내년 기준금리 정책에 관한 질문에도 "금통위원들과 상의한 후에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윤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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