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해 말 결정한 4분기 전기요금 인상분에 더해 추가 인상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급등한 국제 에너지 가격 등 여파로 적자 폭이 깊어진 한국전력의 재정 상태에 따른 인상 요인과 물가 안정이라는 동결 요인을 두고 정부가 고민에 빠진 것으로 전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산업통상자원부 및 한전 등에 따르면, 정부는 한전이 제출한 인상안에 대한 4분기 연료비 조정단가 적용을 유보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한전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오늘 산업부로부터 4분기 전기요금 연료비 조정단가 산정내역 등 4분기 전기요금과 관련하여 관계부처 협의 등이 진행 중"이라며 "추후 그 결과를 회신받은 후 확정하도록 의견을 통보받았다"고 알렸다. 이어 21일 예정이던 4분기 전기요금 연료비 조정단가 공개 일정은 잠정 연기되었음을 알린다고 덧붙였다. 전기료는 ①기본 요금 ②연료비 조정단가 ③기준연료비 ④기후 환경 요금 등으로 구성되는데, 한전은 매 분기 시작 전달 연료비 조정단가와 관련해 정부에 인상안을 내고, 정부는 이를 검토한 뒤 의견을 한전에 통보한다.
앞서 한전은 15일 산업부에 4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를 킬로와트시(㎾h)당 50원 올려야 한다는 안을 냈다. 산업부는 전기료 추가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판단 아래 전기료 인상 한도를 높이는 것을 포함해 여러 안을 검토 중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해야 하는 에너지 위기 상황"이라고 말했다. 당초 지난해 말 결정된 기준 연료비 4.9원 인상에 더해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셈이다.
한전의 기본공급 약관은 전기료를 연간 최대 5원까지 올릴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앞서 3분기 전기료를 5원 올렸기 때문에 올해 인상 최대 한도를 모두 썼다.
그런데 정부가 이날 결정을 내리지 않기로 하면서 결국 한전 약관을 바꿔 전기료를 추가 인상하기 위한 사전 작업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다만, 기획재정부는 물가 안정을 이유로 전기료 추가 인상을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최종 결정은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마치고 돌아오는 다음 주쯤 부처 간 의견을 조율해 결정될 것 같다"고 전했다.
전기료 추가 인상 여부에 관심이 쏠리는 건 한전이 앞서 지난해 5조8,601억 원의 적자를 본 데다 최근 국제 에너지 가격이 크게 오른 탓에 올해는 적자 규모가 30조 원까지 커질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올 7월 발표한 '새 정부 에너지 정책방향'에서 급등하는 연료비 등 시장 상황을 반영하는 '전기요금 원가주의'를 확정해, 이번 4분기 전기료 추가 인상을 시사했다.
만약 ①정부가 논의 끝에 전기료 추가 인상으로 가닥을 잡으면 ②한전은 임시 이사회를 열어 전기료 인상폭을 제한하는 약관을 개정하고 ③전기위원회를 통해 최종 인상안이 결정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