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 간 통화내용을 유출한 혐의를 받는 강효상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이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6단독 김태균 부장판사는 20일 외교상 기밀누설 등 혐의로 기소된 강 전 의원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주미대사관 전 참사관 A씨는 징역 4개월의 선고유예 처분을 받았다. 선고유예는 유죄는 인정되지만, 범죄 정도가 경미하다고 보고 형을 유예하는 것을 뜻한다.
강 전 의원은 2019년 5월 고교 후배인 A씨로부터 도널트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의 방한에 관한 한미정상 통화내용을 전달 받아 유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강 전 의원 연락을 받고 대사관 사무실에서 통화요록을 확인해 일부 내용을 전달한 혐의를 받았다.
A씨와의 통화 직후 강 전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5월 하순 방일 직후 한국을 들러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는 청와대나 백악관이 공개하지 않았던 정보로, 보안업무 규정상 '3급 비밀'에 해당했다.
강 전 의원과 A씨 측은 공개된 정보가 외교상 기밀에 해당하지 않으며, 기밀 누설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두 사람을 모두 유죄로 봤다. 재판부는 "한미정상 통화내용은 국가간 외교적 신뢰와 직결된 사안으로, 양국이 공개하기 전에는 엄격히 보호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강 전 의원에 대해 "한미정상 통화내용의 구체적 사안을 전해들은 몇 시간 뒤 곧바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페이스북과 홈페이지 등에 게재한 점을 보면 고의를 갖고 누설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한미정상이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긴밀히 협의할 것을 밝히면서 논의가 진행되던 중 구체적 통화내용을 여과없이 공개할 중대한 공익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A씨는 이날 법원의 선고유예 처분으로 외무공무원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국가공무원법에 따르면 자격정지나 집행유예 또는 실형을 선고 받은 공무원은 당연퇴직하도록 돼있다.
재판부는 선고유예 이유로 A씨가 △강 전 의원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우발성이 보이는 점 △전달한 정보가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될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다고 보이는 점을 들었다.
앞서 A씨는 청와대와 외교부 합동감찰 결과 파면됐다가 소송을 거쳐 승소 확정 판결을 받아 외교부로 복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