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 신고하자 보복폭행... 여성 노점상 괴롭힌 60대 실형

입력
2022.09.19 13:20
N면
피해자 아들까지 경고했지만
"데이트 하자" 서성이며 지켜봐
경찰에 신고하자 바로 보복폭행
법원 '접근금지' 결정도 무시해

붕어빵을 파는 여성 노점상에게 손님으로 접근해 ‘데이트를 하자’며 집요하게 괴롭힌 60대 남성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피해 여성은 경찰에 신고했지만, 한 시간 뒤 보복폭행을 당했고, 가해자에게 법원의 접근금지 명령이 내려진 뒤에도 스토킹에 시달렸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구지법 제12형사부(부장 조정환)는 최근 스토킹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68)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하고 스토킹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A씨에게 지속적으로 스토킹을 당한 B씨는 수레를 끌고 다니며 붕어빵을 파는 50대 노점상이다. A씨는 지난해 1월 대구 북구의 아파트 앞에서 B씨에게 손님으로 접근해 “데이트를 하자”고 요구했다. B씨의 거부에도 A씨의 집요함은 멈추지 않았다. B씨의 아들까지 나서 “찾아오지 마라”라고 경고했지만, A씨는 전혀 말을 듣지 않았다.

잠시 노점을 접은 B씨는 지난해 10월 같은 자리에서 붕어빵 장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보름이 채 지나지 않아 A씨의 스토킹도 다시 시작됐다. A씨는 “엉덩이를 만지고 싶다”고 말하며 B씨를 따라다니거나 주변을 서성이며 지켜봤다.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던 B씨가 인근 지구대를 찾아가 신고했지만, A씨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B씨가 지구대에 신고하러 가자 쫓아가서 경찰 앞에서 사과하며 반성하는 듯한 행동을 보였다. 그러나 신고 1시간 뒤 노점에 찾아와 “파출소에 (나를) 잡아넣어”라고 소리치며 B씨의 멱살을 잡고 흔들었다. B씨가 휴대폰으로 112에 신고하려고 하자, 전화를 하지 못하도록 B씨의 휴대폰을 쳐서 떨어뜨렸다.

법원의 접근금지 결정도 소용이 없었다. A씨는 지난해 11월 29일 대구지법에서 ‘B씨에 대한 스토킹범죄를 중단할 것’과 ‘B씨나 그 주거지 등으로부터 100m 이내 접근 금지’ 등의 잠정조치 결정을 받았다. 하지만 A씨는 열흘 뒤 노점에 나타나 말을 걸기 시작했고, B씨가 스마트워치로 신고하려고 하자 자리를 떴다가 같은 날 오후 술을 마시고 다시 노점을 찾았다. 그러고는 “아줌마 때문에 재판을 받게 됐다”며 B씨의 팔을 잡아당겨 수레 밖으로 끌고 나왔다.

A씨는 법정에서 ”B씨를 찾아가는 행위를 한 사실은 인정한다”고 하면서도 “B씨의 환심을 사려고 했는데 갑자기 경찰 조사를 받게 돼 하소연과 사과, 합의를 할 목적으로 찾아간 것일 뿐, 스토킹범죄를 저지를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거부 의사를 분명하게 표현했고 피해자 아들도 '그만하라'고 이야기했지만, 오랜 기간 노점에 찾아가 괴롭혔고 그 피해가 심각하다”며 “피해자가 신고했다는 이유로 보복폭행을 하고 스토킹범죄로 수사를 받는 과정에도 범행을 저지른 점을 고려하면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절대로 접근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있고, 보복폭행으로 피해자가 입은 신체적 피해도 경미한 것으로 보이는 점을 종합했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대구= 김정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