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아제르바이잔과 무력 충돌한 아르메니아를 방문했다. 아르메니아를 지원하기 위해서다. 지난달 대만을 방문해 중국을 견제한 데 이어 펠로시 의장이 외교적 보폭을 넓히고 있다.
펠로시 의장은 아르메니아 수도 예레반에서 18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어 최근 양국 국경 지역인 나고르노-카라바흐에서 발생한 교전을 언급하며 "아제르바이잔이 불법적이고 끔찍한 공격을 저질렀다"고 비판했다. 이어 "(미국) 의회를 대표해 평화를 위협하는 이번 공격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했다.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이 선제공격 책임을 상대방에 돌리는 상황에서 펠로시 의장이 아르메니아 편을 든 것이다.
이달 12∼14일 벌어진 교전으로 양국에서 200여 명이 사망했다. 양국은 1991년 옛 소련에서 독립한 이후 나고르노-카라바흐를 두고 수십 년간 분쟁을 벌여왔다. 2020년엔 전면전이 벌어져 6,600명이 목숨을 잃었다. 러시아는 표면적으로 중립 입장을 취하고 있고, 같은 튀르크계인 인접국 튀르키예(터키)가 아제르바이잔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이에 사실상 고립 상태로 민주정치 체제를 갖춘 아르메니아를 미국이 원격 지원하는 것이다. 그간 러시아가 양국 사이에서 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으나,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러시아의 장악력은 떨어진 상태다.
펠로시 의장은 이번 교전을 “민주주의와 독재정치의 싸움”이라 규정하고 “미국은 민주주의 발전과 주권, 영토 보전에 관심이 있으며 아르메니아를 돕기 위한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아제르바이잔은 즉각 반발했다. 아제르바이잔 외무부는 성명을 내고 “펠로시 의장은 친아르메니아 성향의 인물로 알려져 있다”며 “우리는 그의 근거 없고 불공정한 발언을 용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펠로시 의장의 발언은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의 관계 정상화를 위한 노력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며 편파적인 선전을 멈추라고 촉구했다.
17일 미국 하원 대표단과 아르메니아에 도착한 펠로시 의장은 19일까지 현지에 머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