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이틀 연속 1,390원대로 마감했다. "'심리적 마지노선'인 1,400원이 언제든 깨질 수 있다"는 긴장감이 시장을 짓눌렀다.
15일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8원 상승한 1,393.7원에 마감했다. 1,391원으로 개장해 서서히 상승폭을 넓히더니 오후 들어 2009년 3월 31일(장중 고가 1,422원) 이후 최고점인 1,397.9원에 도달했다. 외환당국이 "시장 내 쏠림 가능성 등에 대해 경계감을 가지고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는 구두 개입에 나서자 1,393원대로 자유낙하하며 상승세를 멈췄다.
증시도 줄줄이 무너졌다. 이날 코스피, 코스닥은 각각 2,400, 780선에 턱걸이 마감했다. 대장주 삼성전자는 5만6,000원으로 주저앉으며 2거래일 만에 연저점(5만5,600원)에 다가섰다. '성장주' 네이버는 1.96% 하락하며 이틀 연속 연저점을 경신했고, 카카오도 1% 하락 마감했다.
전날 일본 당국의 구두 개입으로 달러화 강세가 주춤했고(달러인덱스 0.24% 하락) 뉴욕 3대 증시도 2개월 연속 생산자물가지수 둔화, 반발 매수세에 소폭(0.1~0.74%) 상승했지만, 우리 시장은 이를 흡수하지 못했다.
엿새 뒤(21일) 미국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인상)을 기정사실화하며, '인플레이션 공포'만 고조되는 분위기다. 교보증권은 이날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전망을 '자이언트스텝'으로 수정하며 "이후 2번의 FOMC에서도 최소 빅스텝(0.5%포인트 인상) 이상의 금리 인상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날 미국 선물시장에서도 자이언트스텝 확률이 전날보다 상승한 70%(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로 나타났다. 13일 미국 물가 발표 이후 급부상한 '울트라스텝'(1%포인트 상승) 가능성은 소폭 줄었으나 여전히 30%대에 머물렀다.
미국이 실제 3연속 자이언트스텝을 밟으면 당초 정부가 제시했던 '10월 물가 정점' 가능성은 옅어질 수도 있다. 강달러가 수입 물가와 우리 물가를 차례대로 끌어올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환율이 빠르게 상승하긴 했지만 늦어도 10월경에는 소비자물가가 정점을 찍고, 이후로는 서서히 안정화 기조로 가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전망한다"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환율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지만 그 자체만으로 과도하게 불안해할 것은 없다"며 "과다한 쏠림이 있거나 불안심리가 확산하면 필요한 시점에 적절한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