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코스피가 3% 가까이 상승하며 2,450선을 턱밑까지 추격했다. 5% 가까이 급등한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대형주가 줄줄이 강세를 보인 영향이다. 1,400원을 위협하며 극심한 증시 불안을 초래했던 원·달러 환율은 1,373원대까지 떨어졌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둔화 기대감이 최근 글로벌 투자 심리를 자극한 결과로 풀이된다. 하지만 시장에선 가속 페달을 밟고 있는 미국의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위험을 감안할 때, 향후 반등폭에 대한 과도한 기대는 금물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2.74% 오른 2,449.54에 마감했다. 나흘간의 연휴를 마친 개인투자자들이 차익 실현을 빌미로 1조1,000억 원을 던졌지만, 외국인과 기관이 이 물량을 몽땅 받아내며 지수를 끌어올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4.5%, 4.87%씩 급등하는 등 대형주가 강세를 나타냈다. 시가총액 2위 LG에너지솔루션은 2.16% 상승(49만7,000원)하면서 7개월 만에 50만 원대 탈환을 시도했다. 코스닥은 2.44% 상승했다.
우리 증시는 연휴 기간 4거래일 연속 상승한 미국 나스닥을 필두로 글로벌 증시가 강한 반등세를 보인 영향을 고스란히 반영했다. 8일 유럽중앙은행(ECB)의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인상)을 계기로 110선을 웃돌던 달러인덱스가 108선까지 내리는 등 달러화 강세가 주춤해진 것도 위험 자산 선호 심리를 부추겼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장보다 7.2원 내린 1,373.6원에 마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우리 증시의 중장기적 반등 가능성엔 고개를 젓고 있다. 이날 발표를 앞둔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통해 인플레이션 둔화가 확인될 경우, 단기적으로 긴축 속도 조절 기대감이 유입될 수 있지만 연방준비제도(Fed)가 여전히 긴축의 고삐를 죄고 있어 조정 가능성에 재차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예상보다 낮은 물가를 확인할 가능성이 존재하는 만큼, 낙폭 과대주와 성장주 반등에 힘이 실릴 수 있다"면서도 "중장기적으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전후 물가-통화정책-경기 간 악순환의 고리가 재개할 가능성에 대비할 때"라고 조언했다.
한숨 돌린 외환시장 상황도 여전히 터널 속이다. NH투자증권은 올해 환율 상단을 1,450원으로 상향 제시하며 "매파적 연준에 대한 경계감은 여전할 가능성이 높고 물가 안정이 최대 과제인 미국 정부 역시 달러 강세 기조를 용인할 전망"이라며 "연말까지 (원화 강세로의) 방향성 전환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한국은행도 시장 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9월 미국의 FOMC에서 자이언트스텝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며 "국내 금융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