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탈코치 제갈길', 이런 소재와 이야기는 환영입니다

입력
2022.09.14 07:37
지난 12일 첫 방송된 tvN '멘탈코치 제갈길'
정우·이유미 주연작

'멘탈코치 제갈길'이 반갑다. 작품은 최근 인권침해가 유독 빈번하게 일어난 스포츠계에 경종을 울린다. 시의성이 깊게 느껴지는 이 드라마, 시청자들에게 해방감을 남길까.

지난 12일 tvN '멘탈코치 제갈길' 1회가 전파를 탔다. '멘탈코치 제갈길'은 멘탈코치가 되어 돌아온 전 국가대표가 선수들을 치유하며, 불의에 맞서 싸우는 멘탈케어 스포츠 활극이다. 드라마 '앵그리맘'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 등을 집필한 김반디 작가의 경쾌하고 리드미컬한 필력이 극을 채웠다.

이날 방송은 제갈길(정우)의 불행한 과거로부터 시작됐다. 13년 전 제갈길은 국가대표 선발전을 앞두고 태권도부 선배 구태만(권율)에게 폭행을 당했다. 이때 무기로 무릎을 잘못 맞았지만 제갈길은 포기하지 않고 그 상태로 선발전에 나갔다. 구태만을 쓰러트렸지만 판정패를 받게 된 제갈길은 십자인대 파열, 아버지의 구속, 3억의 빚을 고스란히 안게 됐다.

결국 다리를 절게 된 제갈길은 자신의 철학을 책으로 썼고 강연을 다니는 유명 인사가 됐다. 이때 13년 전 함께 선배들에게 폭행당했던 차무태(김도윤)이 제갈길에게 쇼트트랙 선수인 자신의 동생을 상담해달라고 간곡하게 부탁했다. 제갈길은 차무태의 동생 차가을(이유미)을 만났지만 슬럼프 혹은 입스를 부정하는 싸늘한 모습에 상담을 이어갈 수 없었다.

극 말미 차가을은 코치의 부정한 작전 속 국가대표 선발전 1위로 우뚝 섰지만 동료 선수들의 견제로 부상까지 입었다. 이를 본 제갈길은 차가을에서 과거 자신의 모습을 떠올렸고 다시 트라우마에 사로잡혔다. 차가을로 하여금 제갈길이 스스로의 상처까지 극복할 수 있을지 다음 이야기에 대한 이목이 모였다.

현실 고증, 시원한 카타르시스도 있을까

그간 스포츠 비리나 체육계 인권침해가 지속적으로 화두에 올랐다. 최근에는 피겨 이규현 코치가 미성년 제자를 성폭행했다는 혐의를 받으면서 구속돼 스포츠계 윤리의식에 대한 지적이 거듭 이어졌던 상황이다. 이 작품은 스포츠계의 이야기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 체육인 인권 보호와 스포츠 비리에 대한 소재를 과감하게 풀어내는 드라마가 드물었던 만큼 반가운 등장이다.

극중 피해자를 보호하는 장치나 수단이 없었기 때문에 태권도 유망주였던 제갈길과 차무태는 각자의 힘으로 살아야 했다. 선발전을 두고 동료들의 견제, 따돌림 등도 실제 온·오프라인을 뜨겁게 달궜던 일부 사건들을 떠올리게 한다. 작은 날갯짓이 큰 태풍이 되듯, 잘 짜인 이야기가 대중에게 여운을 남기고 나아가 스포츠계의 경종을 울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배우들의 호연…각자의 새 도전

주연을 맡은 배우들의 각기 다른 도전도 새롭다. 그간 드라마 '모범가족', 영화 '재심' '흥부' '뜨거운 피' 등 주로 어두운 장르물을 선택했던 정우가 자신의 새 인생 캐릭터 경신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지금의 정우를 있게 만든 드라마 '응답하라19994' 이후 9년 만에 tvN, 또 안방극장에 등장한 만큼 절치부심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정우는 인물이 가진 내면의 상처를 조심스럽게 풀어내면서도 너무 무겁지 않게 극의 밸런스를 조절하는 호연을 펼쳤다. '쓰레기'보다 진지하지만 여전히 그만의 호쾌한 연기가 작품 내내 채워지면서 보는 재미를 만들어냈다.

이유미는 이번 작품으로 첫 주연을 맡았다. '오징어 게임' '지금 우리학교는',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 등 상처받은 청춘의 캐릭터를 줄곧 맡아왔던 이유미가 이번에는 스포츠계로 배경을 옮겼다. 다만 이전까지는 그저 불행하기만 한 인물을 맡았다면 '멘탈코치 제갈길'에서는 성장하며 조금씩 달라지는 모습을 보게 될 예정이다.

"열심히 살지 않기로 했다. 대신 조금 더 나답게. 느리지만 편안하게", "도망은 아니고 탈출, 새로운 시작" 등 정우가 남기는 대사들이 주는 뭉클함도 눈여겨볼 만 하다. 이는 비단 스포츠, 운동 선수들에게만 국한되는 메시지가 아니다. 압박과 부담 속 치열하게 살고 있는 누군가에게는 작은 위로로 남는다. 제갈길이 전 국민의 멘탈코치로 승승장구할지 기대감이 높다.

우다빈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