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 KBO리그로 유턴한 SSG 에이스 김광현(34)이 추석 연휴 기간 통 크게 쐈다. 명절 전날인 8일 연고지인 인천 지역 초등학교 1학년생 모두(약 2만5,500명)에게 사비 1억 여원을 들여 학용품을 선물했고, 11일엔 눈부신 역투로 팀과 팬들에게 1위 안정권에 접어드는 승리 선물을 안겼다.
본의 아니게 ‘추석 산타’로 변신하게 됐다. 김광현은 복귀 시즌인 올해 'KK 위닝 플랜'을 세우고 승리할 때마다 팬들에게 선물을 증정하기로 약속했다. 그런데 초등학생 1학년들에게 주려했던 첫 승 선물(학용품) 제작 기간이 생각보다 늦어졌다. 그래서 8일에야 인천 남동초등학교를 찾아 친필 사인과 함께 선물을 전달했다. 9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만난 김광현은 “첫 승을 하고 바로 전달하고 싶었는데, 어린이 선물인 만큼 아무래도 안전 검사가 철저히 이뤄지는 바람에 시간이 걸렸다”며 “우리 아이들이 1, 2학년이고 나 역시 야구를 좋아하기 시작한 때가 딱 1학년이다. 어린이들이 컸을 때 좋은 기억으로 남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메이저리그에서 얻은 별명 ‘KK’를 딴 선물은 날로 인기가 치솟고 있다. 그간 우산, 텀블러, 피크닉용 의자, 손 선풍기, 선쿠션, 쿨러백 등을 순차적으로 전달했는데 선물 증정 날에는 일찌감치 팬들로 장사진을 이룬다. 특히 10승 선물이었던 유니폼 증정일엔 ‘텐트족’까지 등장했다. 올해 김광현은 마케팅팀과 머리를 맞대 최대 15승 선물까지 기획을 해놨다.
무엇보다 통산 150승을 채우는 '시즌 14승 선물'은 10승 때처럼 ‘통 큰 선물'이 예상돼 팬들에게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김광현은 “점점 팬들의 관심이 늘고 인기도 많아져 기분이 좋다”며 “줄을 선 분들에 한해 정해진 수량을 정확하게 맞춰드리는 거라 우리 가족도 못 받는다"라며 웃었다. 물론, 자칫 과열되진 않을까 부담감도 있다고 한다. 그는 “선물을 받으시려는 팬들끼리 다툼이나 불화가 발생하기도 해 걱정스럽다”고 털어놨다.
올해 15승을 채워 계획했던 선물을 모두 전달하는 것도 김광현의 바람이다. 7월과 8월에 각 1승씩만 올리는 바람에 페이스가 조금 늦어졌지만 9월 들어서는 두 차례 등판 모두 승수(11승, 12승)를 쌓으며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팀이 시즌 종료까지 19경기를 남겨 놓은 상황이라, 김광현은 앞으로 세 차례 가량 더 등판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광현은 “15승을 채웠으면 좋겠고, 통산 150승이 되는 14승째도 특별한 선물이 준비될 것”이라며 “(선물 내용을) 미리 알려 드리면 재미 없지 않나. 소수에게 돌아가는 신박하고 특별한 선물일 것”이라고 귀띔했다.
김광현이 팬 서비스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지난 2년 간의 메이저리그 경험 때문이다. 그는 “MLB에선 전광판에 ‘내일은 △△ 선수의 유니폼을 드린다’ ‘모레는 ○○의 얼굴이 담긴 머그컵을 드린다’ 등 재미있는 이벤트를 노출시킨다”며 “162경기를 치르는 강행군을 하다 보니 선수들이 팬들에게 사인을 자주 못할 수 있다. 이에 구단이 선수들을 활용한 상품을 선물함으로써 팬서비스 갈증도 해소하고 팬들이 야구장에 찾아올 수도 있게 만들더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도 예전보다 야구에 대한 관심과 인기가 떨어진 만큼 (승리 때마다) 선물을 주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사비로 하고 있지만 솔선수범해서 팬들을 야구장에 모을 수 있다는 자체가 만족스럽다. 앞으로는 선수와 구단 그리고 야구인 모두가 한 뜻으로 ‘어떻게 하면 팬들이 야구장을 찾을 수 있을까'라는 고민과 노력을 많이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SG는 김광현 복귀와 함께 성적과 흥행 두 마리 토끼를 다잡고 있다. 성적은 시즌 시작부터 단 한번도 1위를 뺏기지 않고 프로야구 역대 최장 기간 선두에 자리했고, 홈 경기 관중도 총 81만8,236명으로 1위다. 김광현은 “프로에 입단한 후 팀 성적과 관중 동원 성적이 1위인 건 올해가 처음인 것 같다. 많이 뿌듯하다”면서 “사실 어렸을 때부터 타 팀에 비해 우리 팀의 관중 숫자가 적어 상대 팀의 기에 눌릴 때도 있었지만 올해는 전혀 다르다. 오히려 우리가 많이 이기고 들어가는 느낌이 강하다”고 자부했다.
개인 성적도 여전히 화려하다. 24경기에 선발 등판해 12승 2패 평균자책점 1.94를 찍고 있다. 리그에서 유일한 평균자책점 1점대 투수로 부문 1위다. 이대로 시즌 끝까지 완주한다면 2010년 류현진(당시 한화) 이후 12년 만의 '1점대 평균자책점 투수'로 이름을 남긴다. 김광현은 “개인적으로도, 팀도 정말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마지막까지 집중해서 끝까지 1위를 놓치지 않고 달려갔으면 한다. 나도 더 이상 한번에 무너지지 않는 경기를 해서 팀이 이길 수 있는 발판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