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국장이 19일(현지 시간) 치러지는 것으로 결정되자 일본에선 ‘진짜 국장’이라는 표현이 화제가 되고 있다. 27일 치러지는 아베 신조 전 총리의 국장에 대해 반대 여론이 나날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아베 국장과 비교하면 영국 여왕의 국장이 ‘진짜 국장’이라는 뜻이다.
12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엘리자베스 2세의 서거 소식이 알려진 9일부터 일본 트위터에선 ‘진짜 국장(本物の国葬)’이란 표현이 인기 키워드에 올랐다. 둘 다 대규모 세금이 소요되는 행사지만 아베 전 총리의 국장이 법적 근거나 국회 동의 없이 내각이 일방적으로 각의(국무회의에 해당)에서 결정해 치러지는 반면, 영국 여왕의 국장은 법적 근거가 있고 의회의 승인을 받아 이뤄진다는 점에서 진짜 국장이라는 주장이다. 탤런트 하야시야 페이는 트위터에 영국 여왕에 대한 조의를 표시한 후 “물론 국장에 이론은 없습니다”라고 덧붙였고, 배우 나쓰키 마리는 “이쪽이야말로 국장이네”라고 쓰는 등 연예인들도 아베 전 총리의 국장을 은근슬쩍 비판하기도 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아베 전 총리의 국장을 실시하는 이유 중 하나로 들고 있는 ‘각국의 조문외교’ 역시 먼저 열리는 영국 여왕의 국장과 비교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외신에 따르면, 엘리자베스 2세의 국장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등 세계 각국 지도자가 대거 참석할 것으로 전해졌다. 공식 방문자 명단이 공개된 것은 아니지만 외신들은 최근 있었던 국가 지도자 장례식 중 해외 조문객이 최대 규모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8~20일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와도 일정이 겹쳐, 각국 정상은 영국 여왕 국장에 참석한 후 곧 뉴욕으로 이동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베 전 총리의 국장에도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등 현직 지도자가 여럿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일본 정부가 조율했던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고노이 이쿠오 다카치호대 교수(국제정치학)는 닛칸겐다이에 “정상들은 이미 영국 여왕 국장 때 조문 외교를 할 수 있고,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와도 일정이 겹친다”며 아베 전 총리의 국장을 계기로 각국 정상과의 조문 외교를 추진해 온 일본 정부의 의도가 빗나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