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 A씨는 한 대학 도서관 여자 화장실에서 옆칸에 있던 여학생을 몰래 촬영하다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체포됐다. 당시 그는 범행 일체를 부인했는데 화장실 폐쇄회로(CC)TV 등 증거 자료가 없다보니 휴대전화 포렌식이 이뤄졌다. 공중화장실은 공간적 한계로 범죄 예방과 증거 확보가 쉽지 않은 문제가 매번 되풀이 되고 있다.
7일 서울 용산 LG유플러스 본사에서 시연회가 열린 'U+ 스마트 레이더'는 이 같은 '안전 사각지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달 초 나온 스마트 레이더는 가로·세로 최대 7m 폭 안에서 센서로 사람의 움직임과 자세 등을 알아차린 뒤 모니터링 화면으로 보내준다. ①공중 화장실 등 특정 공간에서 이상한 행동을 하는 사람을 파악하고 ②낙상·쓰러짐 등 혹시 모를 사고 가능성을 챙기고 ③출입 제한 공간에 사람이 접근하면 경보 메시지를 전송한다. 국내 통신사 중 스마트 레이더 사업에 뛰어든 것은 LG유플러스가 처음이다.
LG유플러스는 '사생활 침해' 위험은 적다고 강조한다. 기존 CCTV는 화장실이나 탈의실, 침실 등 사생활 보호가 필요한 공간에는 설치가 불가능했다. 반면 스마트 레이더는 사람 형체나 움직임을 그래픽으로 표시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 실제 기자가 시연회에서 본 모니터링 화면에는 이용자 얼굴도, 구체적 행동도 나오지 않았지만 장소 특성과 이용자 자세가 바뀌는 것만으로도 이상 징후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래픽은 ①서 있는 자세 ②앉은 자세 ③누운 자세 등 세 가지다. 예를 들어 스마트 레이더가 있는 공중화장실 칸 안에 특정 인물이 '서 있는 자세'로 오래 머무르면, 관리자가 화면을 통해 이를 볼 수 있다. 또 장애인 화장실에서 누군가 '누운 자세'를 하고 있다면 즉각 대응이 가능하다.
이날 시연회에서는 낙상·쓰러짐 등 이용자 사고 발생 분석 기능을 자세히 볼 수 있었다. LG유플러스 관계자가 미리 설정한 레이더 구역으로 들어가 매트리스 위로 몸을 날리자 화면에 낙상 관련 알람이 떴다. 화면 속 사람 그래픽은 서 있다가 누웠다. 요양원이나 병원에서 심야에는 간호 인력이 부족한 만큼, 해당 기능이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이용자가 갑작스레 높낮이나 자세를 바꾸면 레이더가 이를 탐지하고 인공지능(AI)이 낙상 또는 쓰러짐 사고로 분류해 관리자에게 모니터링 화면과 스마트폰 메시지로 경고 알람을 보낸다. 회사 측은 스마트 레이더 속 AI가 낙상·쓰러짐을 알아차리는 정확성은 98% 정도라고 소개했다.
출입제한구역 경보 기능도 볼 수 있었다. 미리 위험 지역으로 정한 곳에 사람이 들어가면 레이더가 이를 알아차려 경보 알림을 전송하는 기능이다. 학교 옥상에 학생들이 올라가거나 전기 시설 등 위험 지역에서 쓸 수 있다. 출입제한구역은 모니터링 화면에 빨간색 사각형으로 표시됐다. LG유플러스 관계자가 구역 안으로 진입하자 즉각 알람이 보내졌다.
LG유플러스는 스마트 레이더를 ①요양원 등 실버돌봄 시설 ②공중 화장실 ③공공시설 ④학교 시설 등에 먼저 보급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반 소비자 대상 B2C 사업보다는 시설과 기관을 대상으로 한 B2B 사업에 집중한다는 설명이다. 다만, 일반 가정집 화장실 등 B2C 수요가 충분하다면 관련 사업도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전승훈 LG유플러스 상무는 "요양원에서는 밤에 혼자 화장실을 가려던 노인의 낙상 사고 피해를 줄이려는 수요가 많았다"면서 "공중화장실에서 일어나는 범죄가 많은 만큼 사생활 침해 우려가 없는 스마트 레이더가 대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스마트 레이더는 서울 지하철 8호선 내 모든 역사 장애인 화장실에 설치됐고, 9호선 역사 화장실과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도 설치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전 상무는 "3년 약정에 월 1만8,900원 서비스를 우선 출시하고 LG유플러스 요금제와 다양한 결합 상품도 내놓을 것"이라며 "(보안·감지설비 시장) 침투율이 5% 정도 되면 연간 200억 원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내년에는 아파트에 스마트 레이더를 설치하는 논의도 할 예정"이라며 "반려동물의 움직임도 인식할 수 있도록 성능을 개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