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이 어떻든 상관없어요. 무조건 결과를 가져오겠습니다.”
프로축구 K리그1 대구FC의 센터백 정태욱(25)은 지난 2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비장한 각오를 전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대구는 10경기 넘게 승리를 올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 사이 팀 순위는 최하위권인 11위까지 추락했다. 그는 “코칭스태프와 선수단이 분위기를 반전시켜야 한다는 의지가 커 훈련 때 오히려 의욕이 넘친다”며 “한 경기만 어떻게든 이기면 반드시 반등의 기회가 올 것이라 믿기 때문에 과정을 따지지 않고 무조건 빨리 승리를 가져오겠다”고 강조했다.
그의 각오가 비로소 결실을 맺었다. 대구는 7일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2 30라운드에서 제카의 결승골을 앞세워 성남FC에 1-0 승리를 거뒀다. 13경기만에 전한 ‘눈물의 승전보’였다.
이날 제카의 결승골은 ‘잘 만들어진’ 골이 아니었다. 전반 18분 대구의 코너킥 기회에서 공격에 가담한 정태욱이 헤더슈팅을 시도했는데 공은 상대 골키퍼 최필수를 맞고 튕겨 나왔다. 이때 문전으로 쇄도하던 제카가 세컨드 볼을 그대로 밀어 넣었다. 비록 잘 짜인 전술에 의한 득점은 아니었지만, 대구는 5경기 만에 귀중한 필드골을 만들어냈고 승점 3을 챙겼다. 정태욱의 바람처럼 일단 결과를 만들어낸 것이었다.
이날 승리로 반등의 기회를 얻었지만 팀 순위는 여전히 11위. 이대로라면 강등 플레이오프로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태욱은 “팀의 주축 선수들이 대부분 어린 편이라 분위기를 많이 타는 편”이라며 “일단 한 경기를 이기면 그 기세를 몰아 정규리그 종료 시점에 7, 8위까지 노려볼 수 있다”고 기대했다. 최소한 강등권에서는 벗어나 K리그1 잔류를 목표로 삼겠다는 의미다.
그의 간절한 마음가짐은 지난달 13일 울산 현대전에서도 잘 드러났다. 당시 울산의 엄원상이 후반 14분 대구의 오승훈 골키퍼를 제키고 빈 골문을 향해 달려갔다. 0-3으로 뒤져 패색이 짙은 상황이었지만 정태욱은 끝까지 달려가 엄원상이 슈팅을 때리기 직전 발을 뻗어 공을 걷어냈다. 엄원상이 그라운드에 누워 아쉬워하는 모습과 정태욱이 대구 수비진을 다그치는 장면이 중계 카메라에 잡히며 많은 축구팬들에게 감동을 줬다.
정태욱은 “이미 점수차는 벌어졌지만 경기장에서 뛰는 선수들이 끝까지 포기하면 안 된다는 마음이 컸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앞으로 정규리그 경기도 남아 있고,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도 가야 하기 때문에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 경기 이후 대구는 지난달 18일 전북 현대와 치른 ACL 16강전에서 아깝게 1-2로 패했다. 그러나 이날 경기 역시 대구는 선제골을 내주고도 기어코 만회골을 넣은 뒤 승부를 연장전까지 끌고 갔다. 정태욱의 악착 같은 성격이 팀 전체에 녹아 든 결과였다.
비록 정규리그 최하위권으로 처져 있지만 대구는 차기 시즌 ACL 진출에 대한 꿈을 버리지 않았다. 대한축구협회컵(FA컵) 4강에 올라 있는 대구가 우승컵을 들 경우 ACL 진출이 가능하다. 정태욱은 “아직까지는 정규리그에 집중하려 한다”면서도 “올해 정규리그 성적도 안 좋고, ACL도 16강에서 탈락해 팬들이 많이 아쉬워한 만큼 다음 시즌에는 반드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