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동방항공이 경영 악화를 이유로 한국인 승무원만 집단 해고한 사태에 대해 법원이 "차별적 조치"라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부장 정봉기)는 8일 중국동방항공 소속 한국인 승무원 70명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해고무효 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법원은 동방항공이 원고들에게 35억 원의 미지급 임금을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재판부는 "중국동방항공은 외국인 승무원 중 특정 기수에 해당하는 한국 승무원 일부만 차별적으로 해고했다"며 "근로계약 갱신을 거절한 것은 나머지 외국인 승무원에 대해선 고용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합리적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중국동방항공은 2020년 3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영 악화를 이유로 기간제 근로자인 한국인 승무원 14기 전원(73명)에게 계약기간 만료 및 정규직 계약 갱신 거절을 통보했다. 동방항공이 발송한 '계약기간 만료 고지서'에는 "항공시장 전반의 변화로 회사 경영이 비교적 큰 영향을 받아 근로계약 갱신을 못하게 됐다"며 퇴직금과 위로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이탈리아와 일본 등 다른 국적 승무원들은 감원되지 않았다. 한국 승무원 중에서도 막내 기수인 14기 승무원들에 한해 통보 조치가 이뤄졌다.
승무원들은 동방항공의 해고 처분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5월 선고를 보류하고 분쟁 해결을 위해 이 사건을 조정에 넘겼다. 법원은 사측에 해고된 70명 중 20명을 재고용하고 나머지 해고자들이 요구한 임금청구액 중 일부를 합의금으로 지급하라는 화해권고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동방항공이 이의신청을 하면서 이날 선고가 내려지게 됐다.
승무원들은 선고 직후 눈물을 흘렸다. 오혜성씨는 "전대미문의 코로나19로 인해 해고를 당하고 큰 상처를 입은 승무원들에게 위로가 되는 판결"이라며 "그동안 스스로 가장 많이 했던 말은 '도대체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생긴 걸까. 어디서부터 잘못 꼬여 이런 일을 겪게 됐나'였다"고 말했다.
갑자기 일터를 잃은 승무원들은 우울증과 불면증을 겪었고, 심리치료를 받기도 했다. 백주연씨는 "소송이 1년 안에 끝날 줄 알았는데 너무 힘들어 기다리기 쉽지 않았다"며 "좋은 결과로 끝나서 다행"이라고 밝혔다. 승무원들을 대리했던 최종연 일과사람 변호사는 "당시 사회초년생이던 70명의 승무원들은 해고된 뒤 삶이 완전히 바뀌었다"며 "동방항공은 법원 판결대로 승무원들을 정규직 근로자로 인정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