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조2' 진선규, 아들에게 "못생겼어" 혹평 듣게 된 배경 [인터뷰]

입력
2022.09.08 18:43

배우 진선규는 '공조2: 인터내셔날'에서 극악무도한 빌런이지만 실제로는 티 없이 해맑은 미소를 지니고 있는 사람이다. 그의 180도 다른 모습은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곤 했다. 진선규의 아들은 평소와 다른 아빠의 모습에 놀라 "못생겼어"라고 외쳤다.

진선규는 8일 본지와의 화상 인터뷰를 통해 '공조2: 인터내셔날'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공조2: 인터내셔날'은 각자의 목적으로 뭉친 형사들의 예측불허 삼각 공조 수사를 그린 영화다. 진선규는 글로벌 범죄 조직의 리더 장명준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장명준의 헤어스타일에 담긴 고민

장명준의 겉모습에는 진선규가 했던 깊은 고민이 녹아 있다. 전편 '공조'의 팬이었던 진선규는 '오래간만에 빌런을 다시 한번 해보자'라는 생각을 하며 진지한 태도로 캐릭터를 연구했다. 장명준이 가진 긴 머리는 진선규의 아이디어로 탄생했다. 그는 "장명준은 남들에게 감추고 싶은 뭔가가 존재할 듯했다. 한 곳을 목적을 향해 가고 싶은 장명준의 '건드리지 마라' 같은 느낌의 이미지가 생각나면서 고안했다. 샤워하다가 감독님한테 '이거 어때요'라면서 이미지를 찍어 보내줬던 게 지금 장명준의 기초가 됐다"고 설명했다.

장명준의 헤어스타일은 진선규가 이 캐릭터를 연기하는 과정에서 큰 도움이 됐다. 진선규는 "머리를 모으고 눈을 가렸는데 그 사이로 상대가 더 잘 보이고 집중이 잘 되더라. 초점이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는 느낌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머리가 옛날 느낌이지만 캐릭터를 연기할 때는 참 좋았던 듯하다"며 깊은 만족감을 드러냈다.

'공조2: 인터내셔날' 출연진과의 특급 친분

진선규는 '공조2: 인터내셔날'에 함께 출연한 현빈·유해진·다니엘 헤니·임윤아와의 친분을 자랑했다. 그는 현빈에 대해 "상대를 배려하며 액션을 해준다는 걸 몸소 느꼈다. 위험한 상황임에도 상대를 안전하게 만들어주는 배우였다. 굉장히 좋은 느낌을 받았고 호흡도 너무 잘 맞았다"고 말했다. 진선규에게 유해진은 '닮아가고 싶은 형'이다. 진선규는 유해진과 관련해 "형이 그냥 너무 좋다. 편하고 고민을 얘기해도 잘 받아준다. 형이랑 있으면 그 공간이 유쾌해지고 좋다"고 이야기했다.

다니엘 헤니에 대해서도 들을 수 있었다. 진선규는 '공조2: 인터내셔날'로 만나기 전 접한 스크린 속 다니엘 헤니를 떠올리며 "조각 같은 느낌의 사람 같지 않은 느낌이었다"고 했다. 이후 호흡을 맞추면서 다니엘 헤니의 젠틀함에 감탄했고 같은 뉴페이스로서 동질감을 느꼈단다. 임윤아와는 극 중 함께하는 장면이 없지만 홍보 일정을 함께 소화하며 매우 친해졌다고 말했다. 그와 또 호흡을 맞추고 싶다고도 했다.

아내 박보경의 예상 밖 반응

진선규는 '범죄도시'에서 빌런 위성락을 연기하며 큰 사랑을 받은 바 있다. 진선규가 바라본 위성락과 '공조2: 인터내셔날'의 장명준은 다른 결을 지니고 있는 캐릭터들이었다. "위성락이 '우리 동네에서 짱 먹어'라는 느낌이었다면 장명준은 '난 세상에서 아무도 못 건들여'라고 하는 듯했다"는 게 진선규의 설명이다. 그는 "빌런에 대한 내 가치관이 한층 업그레이드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총을 쓰는 것도 재밌었다. 사격을 왜 하러 가는지 알겠더라. 스트레스가 풀린다"고도 했다.

장명준은 무시무시한 빌런이지만 그를 본 진선규 아내 박보경은 뜻밖의 반응을 보였다. 진선규는 VIP 시사회 날을 떠올렸다. 그러면서 "아내가 시사회 후 내게 귀엽다고 했다. 나도 아내와 같은 배우니까 '여보, 어땠어'라고 물어보면서 기대하는 게 있었다. 난 '카리스마 있었어' '매력적이었어'라는 말을 듣고 싶었다. 그런데 아내는 '여보, 너무 귀엽더라. 머리 스타일이랑 귀엽던데'라고 했다"고 밝혔다.

진선규의 목표

진선규의 아들, 딸은 빌런으로 변신한 '공조2: 인터내셔날' 예고편 속 그의 모습을 보고 "아빠 못생겼어"라고 말했단다. 진선규는 "아이들은 아직 아빠의 모습이 이상한가 보다. 굉장히 어색해하고 둘째 아들은 계속 이상하다는 걸 '못생겼다'고 표현한다"고 이야기했다. "꿈을 꾸고 연기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두 아이에 대해 이야기하는 진선규의 눈빛에는 애정이 듬뿍 담겨 있었다.

때로는 착한 형사로, 때로는 피도 눈물도 없는 악역으로 활약했던 그는 "카메라 앞에서 내가 아닌 다른 모습으로 존재할 수 있는 게 재밌다"고 했다. "평소에는 끄집어낼 수 없는, 잠재해 있는 무언가를 꺼내 확장시켜 보는 게 내가 연기하는 재미다"라고도 했다. 이러한 진선규는 색다른 배역들로 대중을 만나는 게 배우로서 자신이 자신이 가야할 길이라고 했다. '공조2: 인터내셔날' 속 진선규, 이후의 작품들 속 진선규의 계속될 활약에 기대가 모이는 이유다.

한편 '공조2: 인터내셔날'은 지난 7일 개봉했다.

정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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