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파운드화 가치가 37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리즈 트러스 신임 총리가 취임하며 감세와 경제 성장을 외쳤지만 시장은 파운드화 매도로 반응했다.
영국 언론에 따르면 파운드화는 7일(현지시간) 장중 한때 달러 대비 가치가 1% 하락하면서 환율이 1.1407달러를 기록했다. 마거릿 대처 전 총리 시절인 1985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2020년 3월 코로나19 사태 초기와 2016년 브렉시트(Brexitㆍ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투표 때도 1.14달러대였지만 이렇게 낮지는 않았다. 역대 최저 환율은 1985년 기록한 1.05달러다.
영국 통화는 최근 몇 달 동안 치솟는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 전망으로 타격을 받았다. 파운드화는 올해 들어 달러 대비 가치가 15% 이상 폭락했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이 공격적인 긴축을 추진하고 있지만 파운드화 가치 하락을 막지 못했다. 영란은행은 지난달 초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1.25%에서 1.75%로 인상했다. 영국이 ‘빅스텝’을 밟은 것은 1995년 2월 이후 27년 만이었다.
더구나 트러스 총리가 전날 취임하면서 내놓은 감세 정책과 에너지 요금 지원책 등이 영국 정부 재정 악화를 가속화할 것이란 우려를 키우면서 파운드화 매도를 부추겼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러스 총리는 8일 에너지 요금 안정화 대책을 발표할 예정인데, 비용이 1,000억 파운드(약 159조 원)에 달하는 에너지 요금 동결 정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에너지 요금 동결시 필요한 재원에 관해서는 에너지 기업 부유세는 배제했다.
트러스 총리는 “에너지 기업 부유세는 반대한다”며 “기업들이 영국에 투자하길 싫어하게 만드는 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업에서 세금을 더 걷지 않으면 영국 정부는 결국 빚을 내서 비용을 대야 한다.
쿼지 콰텡 신임 재무장관은 기업 대표들을 만난 자리에서 가계와 기업을 지원하려면 단기적으로 차입이 많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총리와 나는 성장 친화적 정책을 추진하면서 재분배보다는 기업 투자에 문을 열고 경제 규모를 키우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