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무인관찰카메라에 멸종위기 동물들의 희귀한 모습이 찍혔다. 영상 속 동물들은 화목한 가족을 일궈 생활하며 익살스럽게 장난쳤고, 먹이를 차지하기 위해 으르렁대거나 나무에 엉덩이를 비비며 영역표시를 하는 등 야생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줬다.
국립공원공단은 수달, 담비, 삵, 흰목물떼새 등 멸종위기 야생생물의 활동 모습이 지난해 4월부터 올해 8월까지 지리산, 경주, 가야산, 덕유산, 무등산 국립공원 일대에 설치된 8대의 무인관찰카메라에 포착됐다고 7일 밝혔다. 국립공원에는 전체 멸종위기 야생생물 66%인 177종이 서식하는데, 수달은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이다. 담비와 삵, 흰목물떼새는 2급에 해당한다.
카메라에는 야생생물들의 소소한 일상이 고스란히 담겼다. 지난 4월 지리산에 사는 어른 수달 2마리는 수상쉼터에서 장난을 치는 모습이, 6월 가야산에서는 담비 2마리가 통나무에 엉덩이를 문지르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는 고유 체취를 자연물에 묻혀 존재감을 드러내고 자신의 영역임을 알리는 전형적 행동이다.
동물 가족들의 모습도 눈길을 사로잡았다. 지난해 7월 지리산의 한 습지에서는 어미 삵이 새끼 삵에게 젖을 물리는 장면이 포착됐는데, 야행성 동물인 삵에게서 이런 모습을 보는 것은 매우 희귀하다고 국립공원공단은 설명했다. 또 덕유산에서는 수달 가족이 무리를 지어 이동하고 서로 장난을 치는 장면이 찍혔다. 올해 3, 4월 무등산에서는 흰목물떼새가 짝짓기부터 새끼를 부화하는 일련의 모습이 촬영됐다.
야생에서 먹이를 차지하기 위한 생존 본능도 카메라에 담겼다. 지난해 4월 경주 토함산지구에서는 담비 2마리와 삵이 서로를 경계하는 모습과 수달이 양서류로 추정되는 먹이를 잡아먹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외에 먹이를 물고 가는 무등산 삵, 먹이를 찾아 무리 생활을 하는 지리산 담비 등도 있었다.
송형근 국립공원공단 이사장은 "이 영상은 국립공원이 서식지로서의 안정적 역할을 하는 곳임을 알 수 있는 자료"라면서 "이런 서식지 보전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