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敵)은 내부에 있다.”
경북 성주에 배치된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를 둘러싼 한중 갈등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기존 사드 3불(不)에 이어 최근 1한(限)까지 들고나온 중국은 언제든지 사드를 걸고 넘어지며 우리를 재차 압박할 수 있다.
특히 휴일인 지난 4일, 헬기가 아닌 차량으로 사드 기지 물자 반입이 이뤄진 것을 빌미 삼아 중국 측이 시비를 걸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상시 지상접근권 보장'이 사드 기지 정상화의 한 축이어서다. 당장 오는 15일 중국 공산당 서열 3위인 리잔수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이 66명의 대표단과 함께 방한한다. 윤석열 대통령이나 김진표 국회의장과의 면담에서 사드를 언급할 가능성이 있다.
사드 3불은 △사드 추가 배치 △미국 미사일방어체계(MD) 참여 △한미일 군사동맹 등 3가지를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중국은 “한국이 2017년 약속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우리 측은 “입장 설명에 불과하다”고 반박해 왔다. 이에 더해 중국이 “과거 한국이 사드의 제한적 운용까지 언급했다”며 ‘1한’을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중국의 몽니에 우리끼리 국론을 모아도 모자란 마당에 정치권이 ‘네 탓 공방’으로 갈라져 있다는 점이다. 우리 얼굴에 스스로 침 뱉는 행위로, 대중국 대응 역량을 스스로 낮추는 꼴이란 지적이다.
중국이 지난달 10일 갑자기 ‘과거 한국이 3불에 이어 1한을 약속했었다’고 언급하자 국민의힘은 곧바로 전임 정부 공세에 나섰다. 여기서 언급된 ‘과거’는 문재인 정부 집권기였던 2017년 10월 남관표 국가안보실 2차장과 쿵쉬안유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 간 협의를 의미한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달 12일 “중국의 주장은 명백한 내정간섭이자 주권침해”라면서도 “만에 하나 중국의 주장대로 문재인 정부가 약속했다면 명백한 군사주권 포기”라고 화살을 문재인 정부에 돌렸다.
같은 당 한기호 의원은 “문재인 정부 시절 중국에 헌납한 사드 3불은 우리의 안보주권을 포기하고 국가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안보 족쇄”라고 비판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마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해 “이전 정부에서 중국과 협의할 수 없는 문제라고 좀 더 분명히 했더라면 3불이란 문제가 지금처럼 계속 이어지진 않았을 것”이라고 가세했다.
야권도 예외는 아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이었던 2017년 3월 7일 우상호 당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황교안 책임론’을 불쑥 꺼냈다. 당시 중국을 방문한 민주당 의원들에게서 보고받은 내용이라며 “중국은 사드 배치 자체보다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시진핑 주석을 우롱했다는 배신감, 분노가 더 크다고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2016년 6월 말, 당시 국무총리였던 황교안 대행이 중국을 방문, 시 주석을 만난 자리에서 “사드 배치에 대한 요청도, 협의도, 결정도 없다”고 이야기해놓고 1주일 후에 사드 배치 결정을 발표했다는 것이다. 즉, 황 대행이 시진핑의 뒤통수를 치고 자존심을 건드린 것이 사드 갈등의 핵심이라는 이야기다. 이후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인한 경제 피해 규모는 17조 원으로 추산됐다. 황 대행은 당시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이 같은 정권 갈라치기는 국내에선 정쟁 소재에 그치지만 대외적으론 역공의 빌미가 된다. 상대 실정을 부각하기 위해 마치 사실인 양 내뱉은 말을 중국 정부가 그대로 인용할 수 있어서다. 중국과의 사드 공방에 대응하는 첫 단계가 ‘국론 통일’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