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가 허전함 메울 기대작 '수리남'... ‘추석 방구석 1열’ OTT 드라마 정주행

입력
2022.09.0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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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만한 OTT 드라마 5선


올 추석 연휴(9~12일)는 상대적으로 짧다. 극장가에 최신 화제작이 드물기도 하다. 영화를 보기 위해 선뜻 집 밖으로 나서기 꺼려지는 시기, ‘방구석 1열’에서 명품 드라마 시청은 어떨까. 뭘 봐야 할지 몰라 결정 장애에 시달리는 이들을 위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 볼 만한 드라마를 추천한다.


수리남(넷플릭스ㆍ6부작ㆍ18세 이상)


하정우와 황정민이 출연한다. 두 배우의 이름만으로도 귀가 솔깃해지는데 박해수 조우진 유연석까지 등장한다. ‘와호장룡’(2000)으로 유명한 대만 배우 장첸까지 나온다. 드라마 ‘수리남’은 출연 배우만으로도 기대작. 감독 이름은 기대감을 더 키운다.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2012)와 ‘공작’(2018) 등을 연출한 윤종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기존 한국 드라마에서 보기 어려웠던 소재를 다룬다. 남미 국가 수리남의 한국인 마약 대부 전요환(황정민)으로 인해 누명을 쓴 민간인 강인구(하정우)가 국정원의 비밀작전을 수행하는 과정을 그렸다. 전요환의 행동대장인 변기태(조우진), 전요환의 변호사 데이비드 박(유연석), 국정원 요원 최창호(박해수), 중국 조직의 수장 첸진(장첸)의 사연이 얽히면서 재미를 빚어낸다.


베리 브리티시 스캔들(왓챠ㆍ3부작ㆍ15세 이상)

20세기 후반 영국 사회를 들썩이게 했던 실화를 다룬다. 공작 작위를 이어받은 바람둥이 이언 캠벨(폴 베터니)과 사교계의 여왕 마거릿 위검(클레어 포이)의 사랑과 갈등, 파국이 펼쳐진다. 이언은 겉만 화려한 귀족으로 재력은 약하다. 마거릿은 거부의 딸이나 평민이다. 각각 이혼 경험이 있는 두 사람은 우연히 만나 뜨거운 사랑에 빠진다. 두 사람은 서로 자유분방한 삶을 용인한다. 권태감에 젖어도 딱히 헤어질 생각이 없다. 이언은 마거릿 집안의 재력이, 마거릿은 이언의 작위가 각각 필요하다.

돈 때문에 균열이 일어난다. 이언은 마거릿이 외간남자 88명과 잠자리를 했다며 이혼소송을 제기한다. 마거릿은 억울하다며 이언에 맞선다. 이언은 마거릿의 행실을 비난하는 여론을 이용해 소송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 한다. 여성에게는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는 시대상이 화면에 스민다.

드롭아웃(디즈니플러스ㆍ8부작ㆍ15세 이상)

엘리자베스 홈즈(어멘다 사이프리드)는 어려서부터 성공을 꿈꿨다. 돈에 쪼들리는 부모와 다른 삶을 살고 싶었다. 명문대학에 들어가자마자 사업을 구상했다. 진취적인 성격에 눈에 띄는 아이디어로 창업에 성공했다. 피 한 방울만으로 혈액검사가 가능한 장치를 개발하려 했으나 현실은 쉽지 않았다. 회사 운영을 위해 투자를 받아야 했고, 투자자를 위해 성과를 내야 했다. 실험 결과를 조작해서라도 투자자를 끌어들였다. 언젠가는 성공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회사가 덩치를 키울수록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내실은 없었으나 홈즈는 벤처업계의 스타가 됐다. 유명인사가 되자 투자자가 몰리고, 보호막을 자처하는 권력자가 나타났다. 기술 인력은 회사를 떠나는 등 조직은 관료제화 됐다. 거품은 꺼지기 마련이었다. 드라마는 실리콘밸리를 뒤흔든 테라노스 스캔들을 상세히 들여다본다.


화이트 로투스(웨이브ㆍ6부작ㆍ18세 이상)

천국과도 같은 하와이 마우이 섬 고급 리조트. 여러 여행 목적으로 사람들이 모인다. 막 결혼한 남녀는 신혼여행을 즐기기 위해, 상류층 가족은 휴가를 보내기 위해, 한 중년여성은 어머니의 재를 뿌리기 위해 리조트를 찾는다. 투숙객들은 성격이 제 각각이고 각기 다르게 리조트에서 시간을 보낸다. 신혼부부는 서로 성격과 계급 차이를 확인하며 실망하고 분노한다. 낭만적이어야 할 시간은 악몽으로 변한다. 상류층 가족은 부모와 자녀의 갈등에다 딸 친구와의 대립까지 겹치며 혼돈의 시간을 보낸다. 어머니와 정신적 이별을 해야 하는 중년여성은 우울증으로 좌충우돌하면서도 뜻밖의 인연을 맺는다.

남녀갈등 인종갈등 세대갈등 계급갈등 등 미국 사회의 여러 이슈를 리조트라는 좁은 세계를 통해 보여준다. 차가운 웃음들이 극을 이끌고 절도와 살인 두 가지 범죄가 끼어든다.


아이 노우 디스 머치 이즈 트루(웨이브ㆍ6부작ㆍ15세 이상)

이 남자처럼 불행한 사람이 있을까. 딸을 얻은 뒤 얼마 되지 않아 잃었고, 그 여파로 아내와 이혼했다. 생부는 알 수 없고 엄격한 가부장적 양부 밑에서 자랐다. 어머니는 암으로 이른 나이에 몇 년 전 세상을 떠났다. 세상에서 유일한 혈육인 쌍둥이 형은 정신병에 시달리다 공공도서관에서 자신의 손목을 스스로 잘랐다. 불행으로 다져진 삶을 살아온 도미닉(마크 러팔로)이 낙담으로 여생을 산다 해도 고개가 끄덕여질 만하다.

하지만 도미닉은 삶을 포기하지 않는다. 세상을 원망하면서도 동생을 돌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사랑을 회복하려 안간힘을 쓴다. 외조부에 대한 증오심, 양부에 대한 서운함, 전 아내에 대한 그리움, 생부를 알고 싶어하는 간절함이 도미닉의 삶을 추동한다. 그는 종국에 외조부, 양부와 화해하고 아내와 새로운 시간을 도모할 수 있게 되며 생부의 비밀을 알게 된다. 희망은 없어도 삶에 무릎 끓지 않았기에 가능한 일이다. 드라마는 도미닉의 불행하나 남다른 삶을 비추며 보는 이의 가슴을 흔든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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