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2년8개월만에 외국행… 이달 중 중앙아 갈 듯

입력
2022.09.06 00:10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오랜 ‘칩거’를 끝내고 이달 중순 중앙아시아를 방문할 것으로 관측된다. 2년 8개월 만의 외국 방문 일정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회동도 예상된다.

5일(현지시간) 아이벡 스마디야로프 카자흐스탄 외무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시 주석이 이달 14일 카자흐스탄을 방문한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이 전한 스마디야로프 대변인 발표 내용에 따르면, 시 주석은 방문 기간 카심 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을 만나 양국 간 협정을 여러 건 체결할 예정이다.

중국 북동쪽 국경에 인접한 카자흐스탄은 광물, 금속, 에너지 등을 수출하며 중국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시 주석의 카자흐스탄 측의 발표에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보도대로 시 주석이 카자흐스탄을 방문하면 코로나19가 본격 확산한 2020년 1월 미얀마를 방문한 이후 2년 8개월 만의 외국 방문이 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시 주석이 카자흐스탄 방문에 이어 15, 16일에는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열리는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참석할 수 있고, 현지에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도 만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SCO는 지난 3일 공식 텔레그램 계정을 통해 “모든 국가의 지도자들이 정상회의 참여를 확인했다”고 밝힌 만큼, 두 사람의 대면 만남 기대는 더욱 커지고 있다.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이 만나게 되면 지난 2월 4일 베이징 동계 올림픽 개막식 이후 처음이자, 2월 하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처음이다. 두 사람은 시 주석의 69세 생일인 지난 6월 15일 전화 통화를 통해 공조를 재확인했다.

SCO는 2001년 중국과 러시아의 주도로 출범해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인도, 파키스탄 등 8개국을 회원국으로 하는 정치·경제·안보 협의체다. 세계 양대 인구 대국(중국과 인도)이 참여하고, 핵보유국도 4개국(중·러·인도·파키스탄)이다. 아프가니스탄, 벨라루스, 이란, 몽골은 옵저버국이다.

앞서 지난달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 주석이 SCO 정상회의에 참석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라고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시 주석이 대면 참석할 경우 러시아 외에 파키스탄, 인도 등 다른 참가국 정상들과도 양자 정상회담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도 덧붙였다. 시 주석의 SCO 정상회의 참석은 지난달 초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으로 대만 문제를 둘러싼 서방과의 긴장이 크게 고조된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이번 회의 참석을 통해 미국의 동맹이 아닌 나라들과 더 긴밀한 안보 협력을 구축해 서방의 압박에 맞서겠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 주석이 사마르칸트에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회담한다면 오는 11월로 예상되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의 만남에 앞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긴밀해진 중·러 관계를 더욱 강화하고 공동 전선을 구축하기 위한 포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대면 참석할 것이라고 인도네시아 측이 밝힌 만큼, 역시 발리에 오기로 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첫 대면 회담을 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관측통들은 보고 있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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