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월마트에 추락" 위협 비행 ‘공포의 5시간’

입력
2022.09.04 09:39
비행기 훔친 항공사 직원 연료 떨어지자 착륙 
상점 폐쇄, 도로 차단, 주민 대피 등 한 때 소란

미국 중남부 미시시피주 투펄로에서 경비행기 한 대가 지역 상점인 '월마트'에 추락하겠다는 위협 비행을 하다가 무사히 착륙했다. 마을 주민들은 5시간 동안 공포에 떨어야 했다.

3일(현지시간) 투펄로 현지 경찰에 따르면 주말인 이날 오전 5시 8분쯤 투펄로 항공에서 10년간 일해온 직원인 코리 웨인 패터슨은 공항에 있던 쌍발 엔진의 비치크래프트 킹 에어 C90A 경비행기를 혼자서 몰래 훔쳐 타고 이륙했다. 연료 담당인 패터슨은 전날 밤 항공기에 연료를 가득 채운 상태였다.

그는 911에 직접 연락해 '웨스트 메인 지역의 월마트에 추락시키겠다'고 위협했다. 이륙 15분 뒤였다. 이후 그는 투펄로 지역을 비롯해 인근 블루 스프링스와 홀리 스프링스 국유림 상공 등을 5시간 이상 선회했다.

그가 비행한 마을 일대에는 소란이 일었다. 경찰은 곧바로 월마트를 비롯한 인근 상점을 모두 폐쇄하고 도로를 차단한 뒤 주민 대피령을 내렸다. 경찰은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항공기의 움직임으로 볼 때 위험 지역은 투펄로보다 더 광범위하다"며 위협비행 사실을 밝히고 패터슨과 교신을 유지했다.

하지만 그의 위험한 비행은 오래가지 못했다. 패터슨은 비행 중 SNS에 글을 올렸는데, 경찰은 "본질적으로 작별 인사였다. 그 시점에 항공기 연료가 거의 바닥났음을 알아차렸다"고 전했다. 결국 패터슨은 기수를 북쪽으로 돌려 인근 리플리 지역의 콩밭에 오전 10시 20분쯤 불시착했다.

이후 테이트 리브스 미시시피주지사는 오전 10시 30분쯤 SNS에 "누구도 다치지 않고 상황이 해결됐다"고 알렸다. 패터슨은 착륙 직후 경찰에 체포됐다. 당국은 패터슨을 상대로 위협비행 동기 등을 조사중이다. 투펄로 경찰은 패터슨이 조종사 면허가 없는 것으로 안다면서도 그가 일부 비행 교육을 받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김청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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