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들어 첫 정기국회가 1일 개막했다. 여소야대 국회에서 여야는 100일간의 대장정 동안 치열한 힘겨루기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첫날부터 종합부동산세 완화 법안 처리에 진통을 겪었다. 여야가 주목하는 입법과제들도 차이가 있어 험로가 예상된다. 정기국회 첫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검찰에 소환 통보를 받은 사실도 여야 협력의 걸림돌로 떠올랐다. 이에 김진표 국회의장은 개회사에서 "국민 대다수가 동의하는 법안부터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입법권을 강화하자"고 당부했다.
여야는 이날 오후 제400회 정기국회의 제1차 본회의를 열고 국적법 개정안과 미국의 한국산 전기차 세제지원 촉구 결의안 등 15개 안건을 통과시켰다. 국적법 개정안은 선천적 복수 국적자에 한해 한국 국적 포기 신고 기한을 제한적으로 연장해 주는 내용으로 2020년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른 후속 입법이다.
여야는 또 이충상(65)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3년 임기의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으로 선출했다. 홍세욱 국민권익위원회 위원 추천안, 박천홍·김균태·제무성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 추천안도 통과됐다. 이와 함께 여야는 국회 차원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다른 형사사법기관 간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 연계 추진 실태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요구했다.
14일부터는 이틀간 민주당과 국민의힘순으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이 예정돼 있다. 이어 19일부터 나흘간 정치, 외교·통일·안보, 경제, 교육·사회·문화 분야순으로 대정부질문이 이어진다. 새 정부 첫 국정감사의 경우 다음 달 4일부터 3주간 진행된다.
당초 여야는 이날 본회의에서 1주택자의 종부세 부담을 덜어 주는 관련 법안을 일괄 처리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종부세 부과 기준인 특별공제액과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결국 여야는 일시적 2주택자와 고령자 및 장기보유 주택자에 대해 종부세 부과를 제외하거나, 연기하는 종부세법 개정안 처리에만 합의했다. 이마저도 법제사법위원회의 심사를 거치지 못해 본회의 통과가 불발됐다. 여야는 특별공제액 기준을 정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의 경우 연내 집행을 목표로 추가 논의를 이어 가자는 데 뜻을 모았다.
여야가 '불안한 시작'으로 정기국회의 첫발을 내딛자 국회의장은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김 의장은 "국민의힘은 소수 여당이 국정을 어떻게 운영하고 책임져야 하는지 낯설 것이고, 민주당은 거대 야당으로서 견제와 협력을 어떻게 절도 있게 해야 하는지 생소할 것"이라며 "역지사지의 정치를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의장은 대통령과 정부의 '시행령 정치' 행태를 두고서도 "효율과 속도만 앞세운 편의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대통령은 정책에 반대하는 야당 의원을 한 명 한 명 찾아가 손을 잡고 흉금을 털어놓아야 한다"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여야는 앞다퉈 입법과제 목록을 작성하고 정책 지향점을 공개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100대 입법과제'를 발표했고, 민주당도 전날 '22대 민생입법과제'를 선정했다. 양당은 △서민주거안정 △납품단가연동제 도입 △재해·재난 피해지원 강화 등에 대해서는 공히 입법과제로 선정하며 한목소리를 냈다. 반면 민주당이 추진하는 '노란봉투법(노조활동으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 금지)' 등은 여야 간 이견으로 논쟁이 예상된다.
이 밖에 외생 변수도 입법활동의 장애물로 부상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날 검찰은 이재명 대표의 허위사실 공표 혐의 조사를 이유로 소환을 통보했다. 민주당이 강력 반발하고 있어 여야관계의 경색이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 공석인 교육부와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정기국회 도중 개최 가능성이 높아 정쟁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639조 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도 전날 이 대표가 "참 비정한 예산안"이라고 깎아내려 심사과정에서 여야 갈등의 불씨로 지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