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읽기’와 ‘감각’은 얼핏 대비되는 단어처럼 느껴지나 실제 대국에선 그렇지 않다. 모든 장면을 수읽기로 일일이 정답을 따지기엔 시간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읽기가 필요한 여러 후보군 중 최선을 먼저 골라내는 것이 중요한데, 그것이 ‘수읽기 감각’이다. 수읽기 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분야가 있는데 바로 중앙 전투에서의 수읽기다. 귀와 변에서 벌어지는 수읽기는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처리할 수 있으나, 중앙 전투는 전례가 없거나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두 기사 역시 전례 없는 중원 싸움에서 누구의 수읽기가 더 정확한지 시험대에 놓이게 됐다.
백1, 3의 이단 젖힘은 정확한 판단. 백9까지 복잡한 중앙 전투에서 조완규 4단이 흑 대마를 잡는 수순을 찾아냈다. 궁지에 몰린 안조영 9단은 흑10의 붙임을 선택한다. 백의 입장에서 가장 까다로운 응수. 초읽기에 몰린 조완규 4단은 여기서 결국 백11의 패착을 두고 만다. 9도 백1에 이은 백3의 공배 연결이 묘수였다. 초읽기가 아니더라도 찾아내기 어려울 정도의 수순. 안조영 9단의 노련미와 끈기가 백의 실수를 유도해냈다.
결국 실전 흑16까지 흑 대마는 생환에 성공한다. 이때 놓인 백17이 엎친 데 덮친 실수. 10도 백1에 단수 쳐 백5까지 중앙을 정리했으면 아직 미세한 계가 바둑이었다. 실전은 흑20, 22로 흑 대마가 백 한 점을 잡으며 연결되어 백의 피해가 가중됐다.
정두호 프로 4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