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대 총장들이 수도권 대학 정원을 늘리는 '반도체 인재 양성 방안'을 철회하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학령인구 감소와 지역인재 유출로 어려움을 겪는 지방대의 소멸을 부추긴다는 이유로 박순애 전 교육부 장관에게 수도권대 정원 확대 반대 의견을 전달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달 19일 정부가 수도권정비계획법을 개정하지 않고도 수도권대의 관련 학과 증원이 가능하도록 한 방침을 확정·발표하자 '정책 철회'를 요구하며 반대 수위를 더욱 높이고 있다.
비수도권 7개 권역 대학 총장협의회 연합은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도권 대학 학생 정원 증원을 철회해 달라"고 교육부에 요구했다. 이날 발표한 성명서에는 108개 대학 총장이 참여했다.
이들은 "교육부가 발표한 반도체 인재 양성 방안은 반도체 전문가들조차도 어설픈 진단에 근거한 설익은 대안이라고 비판하고 있다"며 "지방대도 살리고 질 높은 반도체 인력도 양성할 근본적 방안에 대한 깊은 고민 없이 정원 증원이라는 손쉬운 방식으로 인력 양성을 하겠다는 교육부의 시대착오적 발상은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수도권대 정원 증원은 교육부와 대학이 함께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대학정원 감축정책에도 역행할 뿐 아니라, 수도권정비계획법 개정도 없이 수도권 학생 정원을 늘릴 수 있게 해 법의 정신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현재 수도권 대학들의 총 입학정원은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라 11만7,145명을 넘을 수 없다. 하지만 정부는 법 개정 없이 대학 구조조정 등으로 확보한 8,000명의 정원을 활용해 수도권 대학도 반도체 관련 학과의 정원을 늘릴 수 있도록 했다. 4대 요건 중 교원 확보율만 충족하면 반도체 관련 학과 신·증설을 할 수 있도록 규제도 완화했다. 정부는 이를 통해 2027년까지 대학원과 일반대(학사) 정원을 각각 1,102명, 2,000명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지방대 총장들은 정원 증원 대신 대학의 자체 구조조정을 통해 반도체 인력을 양성하는 대안을 제시했다. 총장협의회 연합은 "지난달 22일 개최한 국가거점대학총장협의회에서는 어렵고 힘들더라도 정원 증원이 아닌 자체 구조조정을 통해 정부에서 요구하는 만큼의 반도체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는 데 합의했다"며 "교육부는 대학 정원 규제완화를 통한 반도체 인력 양성 방안을 철회하고, 지방대도 살리면서 부족한 반도체 인력도 양성할 수 있는 근본적 방안을 강구해 달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