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한 사과' 여파? 쉬워진 9월 모의평가 국어

입력
2022.08.31 13:11
입시기관들 "지문 짧고 예전 출제 패턴 많아"
언어능력 저하에 입시기관·학생 체감 갈수록 벌어져
방심은 금물...지난해 9월 모평 쉽고 본수능 어려워

31일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수능) 모의평가가 전국 2,124개 학교, 456개 지정학원에서 실시된 가운데 입시기관들이 일제히 1교시 국어영역은 지난해 수능, 올해 6월 모의평가보다 다소 쉽게 출제됐다는 평가를 내놨다. 지문이 짧고 지난해 수능 문제 유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데다, 특히 공통과목이 쉽게 출제돼 수험생들이 ‘쉽다’고 여겼을 거란 분석이다.

입시전문업체 진학사는 국어영역 공통과목인 △독서 지문의 길이가 짧고 △문학에서도 출제 작품과 문항이 대체로 평이한 수준이라고 평했다. 종로학원은 "공통과목의 변별력을 좌우했던 독서 파트에서 EBS교재 연계 문항이 많아 학생들이 다소 쉽다고 여겼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선택 과목인 '화법과 작문'에서는 자료 해석 문항이 마지막 문항으로 배치돼 풀이 시간이 다소 촉박했을 수 있으나 난도는 평이했다. 종로학원은 '언어와 매체'를 선택한 학생들을 좌절하게 한 중세국어 문항이 "매우 이례적으로" 한 문제도 출제되지 않았다고 짚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언어와 매체는 '화법과 작문' 대비 고난도 기조를 보였다"고 평했다.

메가스터디 역시 "6월 모의평가에서는 고난도 문항이 산문과 운문 영역에서 각각 출제되었으나 이번 9월에는 보기 어려웠다"며 "선택 과목은 대체로 기존의 출제유형을 유지한 채 선택지 출제 방식을 새롭게 하려는 의도가 보였다. 특히, 언어와 매체영역에서 문법 문제들은 기존 평가원 문제들의 개념을 꾸준히 학습했다면 수월하게 풀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성학원도 지난해 수능, 올해 6월 모의평가보다 이번 시험 국어 문항이 '다소 쉽다'는 분석을 내놨다.

다만 이런 경향이 본수능으로 이어진다는 장담이 없는 만큼 입시기관들은 "본수능이 9월 수준으로 출제될 거란 예단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임 대표는 "지난해 9월 모의평가가 매우 쉽게 출제됐지만 본수능에서는 대폭 어렵게 출제돼 수험생 사이에서 큰 혼란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변별력 핵으로 떠오른 국어...몇 년간 '불수능' 논란

사실 최근 몇 년 동안은 수능 때마다 '불국어(국어 문항이 너무 어렵다는 뜻)' 논란이 이어졌다. 2019년 초고난도 문제 출제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대국민 사과를 했고, 2021학년도 수능에서도 대부분의 입시기관이 '예년만큼 평이했다'고 했지만, 채점 결과 전년도 수능보다 1등급 커트라인이 3점이나 떨어졌다. 지난해 2022학년도 수능을 본 학생들은 국어 문제가 가장 어려웠다며 '용암 국어'라고 혀를 내둘렀지만, 당일 아침 입시기관들은 대부분 '평이하다', '조금 어렵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런 논란이 청소년 언어능력 저하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수능 국어 문제가 갈수록 어려워진다기보다, 요즘 수험생들의 문해력, 어휘력이 예전 수험생들보다 낮아 "해마다 강사들이 보는 문제 난도와 수험생들의 체감 난도 간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이만기 유웨이 평가연구소장)는 말이다. 최근 한 카페가 올린 글에 쓰인 '심심한 사과'란 표현으로 빚어진 온라인 논란도 이런 심증에 힘을 보태고 있다.

실제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10여 년 치를 분석해 지난해 말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청소년들의 읽기 소양은 2006년 79개 참여국 가운데 1위에서 2009년 2~4위, 2015년 4~9위, 2018년 6~11위로 하락했다.

이런 상황에도 수능 국어영역은 앞으로 더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영어는 절대평가로 바뀌었고, 수학은 선행학습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해서다. 한 입시업체 관계자는 "서울 주요 대학의 정시 비율이 최소 40%로 올라가면서 수능 변별력을 높여야 하는데, 영어와 수학을 제외하면 결국 국어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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