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과실로 환자를 숨지게 한 의사가 금고형 집행을 유예 받았다.
대구지법 포항지원 형사2단독 권순향 판사는 업무상과실치사 및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44)씨에게 금고 6월에 집행유예 2년과 벌금 100만 원을 선고했다고 30일 밝혔다. 환자 관리에 소홀해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간호조무사 C(25)씨와 의사 D(45)씨에게는 각각 벌금 800만 원을 선고했다.
경찰 조사와 판결문 내용에 따르면, 의사 A(44)씨는 지난해 5월 6일 B씨를 상대로 상체 지방흡입 수술을 하며 수면 마취제인 프로포폴을 과다 투여했다. A씨는 체중의 8% 정도인 최대 흡입량의 2배 가깝게 시술했고, 흡입 면적도 권장량보다 30%를 초과했다. B씨의 회복 과정을 주기적으로 관찰하는 수순도 소홀히 했다. A씨는 지방흡입 수술을 하면서 약물의 투여량, 시간 등을 기록해야 했지만 진료기록부에 상세히 쓰지 않았고, 서명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간호조무사 C씨도 B씨의 혈압이 정상 기준과 다른 것을 확인했지만, A씨나 다른 의사 D씨에게 보고하지 않았다. 오히려 혈압과 맥박, 산소포화도 등을 측정하기 위해 B씨 몸에 부착돼 있던 장치를 다른 수술실에서 사용하기 위해 제거했다. D씨도 B씨가 의식을 잃고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이상 징후를 보았지만, 보호자에게 퇴원을 권유했다. 이후 종합병원으로 이송된 B씨는 수술 이튿날 새벽 과다출혈로 숨졌다.
권 판사는 "피고인들의 각 과실로 피해자가 과다출혈로 사망했다”며 "피고인들이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유족과 원만히 합의한 점을 양형에 고려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