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토대학살 99주기를 맞아 유기홍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교육위원장)이 추도문을 발표한다. 조선인이 다수 사망하는 등 우리 민족이 최대 피해자였던 이 사건과 관련해 한국 정치인이 추도문을 발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30일 정치권에 따르면, 유 의원의 추도문은 일본에서 추도식을 주최하는 ‘간토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의 국가책임을 묻는 모임’ 등 시민단체에 송부됐으며, 매년 9월 1일 도쿄에서 개최되는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에서 소개될 예정이다.
유 의원은 추도문에서 “간토대지진 당시 억울한 누명으로 숨진 조선인, 중국인, 일본인 영령에 깊이 애도한다”면서 “내년이면 100주기인데 여전히 국가 차원의 진상규명과 피해자와 유족을 위로하는 어떤 조치도 없었다는 데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럽다”고 밝혔다. 이어 “19대 국회에서 진상규명 특별법을 발의했는데 무산돼 매우 안타깝다”며 "21대 국회에서도 ‘간토대학살 진상규명과 피해자 명예회복을 위한 특별법’을 발의하겠다"고 강조했다. 유 의원은 또 당시 일본 정부가 유언비어 확산에 일조한 사실과 관련해 "과거 일본 정부가 조사한 결과를 100주기가 되기 전에 발표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간토대학살은 1923년 도쿄를 비롯한 간토 지방을 덮친 간토대지진으로 10만 명 이상이 사망하는 혼란기에, 주로 재일조선인 등을 대상으로 일본인 자경단이 무차별 학살을 벌여 6,000명 이상이 억울한 죽음을 당한 사건을 말한다. 당시 ‘조선인이 폭도로 돌변해 우물에 독을 풀고 방화 약탈을 하고 있다’는 유언비어가 떠돌았는데, 일본 정부는 유언비어를 막기는커녕 오히려 확산에 일조했다.
일본은 현재도 간토대학살과 관련해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2015년 2월 야당 의원이 조사 결과를 묻자 당시 총리였던 아베 신조는 “기록이 없어 답변이 곤란하다”고 얼버무렸다. 학살 사건 3개월 후인 1923년 12월 14일 일본 국회에서 당시 총리였던 야마모토 곤베의 "조사 중"이라는 답변보다 더 후퇴한 것이다. 특히 최대 피해자인 조선인 피해 진상 규명에는 더 소극적이다. 당시 중국인도 800여 명이 학살되었는데, 일본 정부는 중국인 학살 피해자 명단은 중국 정부에 송부한 반면 훨씬 컸던 조선인 피해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
유 의원의 추도문 송부에 시민단체는 "늦었지만 다행"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 7월 40여 개 시민단체가 참여해 결성한 ‘간토학살 100주기 추도사업 추진위원회’의 김종수 위원장은 “한국 정부와 정치인이 간토대학살 추모와 진상규명에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유 의원이 추도문을 보낸 것을 늦었지만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매년 도쿄에서 열리는 추도식에는 역대 도쿄도지사도 추도사를 보내왔다. 하지만 고이케 유리코 현 지사는 몇 년째 추도사를 보내지 않고 있다. 김 위원장은 “가해국보다 피해국에서 더 소극적인데 진상규명이 될 리 없다. 특별법 제정을 통해 민관이 합심해 진상 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