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회장, 베트남 '권력 서열 2위' 응우옌 쑤언 푹 주석 만난다

입력
2022.08.3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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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정보다 빠른 30일 하노이 입국...1일 푹 주석 예방
하노이 건설 중인 롯데몰 사업 협조 요청할 듯


사면 후 첫 해외 방문지로 베트남을 선택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응우옌 쑤언 푹 국가주석과 면담한다. 베트남을 그룹의 신성장 동력으로 설정한 의지를 분명히 내비치는 동시에 하노이 등에서 진행 중인 여러 개발 사업의 애로 사항도 직접 전달하기 위해서다.

29일 베트남 재계에 따르면, 신 회장은 30일 전세기 편으로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 입국할 예정이다. 이후 그는 1일 푹 주석과 쩐지탄 하노이 인민위원장 등을 잇따라 예방한다. 당초 신 회장은 다음 달 2일 베트남 경제의 중심인 호찌민시만 찾을 계획이었으나, 최근 베트남 중앙정부와 일정 조율을 마치면서 출국 시점을 앞당긴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 주석은 공산당 총서기장에 이은 권력 서열 2위로, 한국의 대통령과 같은 역할을 맡고 있다. 인민위원장은 시장(市長)과 같은 개념으로, 시의 큰 투자 프로젝트 등에 대한 최종 결정 권한을 가지고 있다. 신 회장은 행정부의 수반인 팜민찐 총리와의 면담도 추진했으나 일정 문제로 성사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 회장은 푹 주석과 탄 위원장을 만나 하노이 서호 인근에 짓고 있는 '롯데몰 하노이' 사업에 대한 협조를 집중적으로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건물 고도 문제 등으로 수년 동안 중앙정부와 이견이 있어 왔던 롯데몰 하노이 사업은 관련 이슈가 최근 정리된 것으로 전해졌다. 신 회장은 이와 관련, 롯데몰 완공까지 추가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중앙정부의 적극 협조를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노이 일정을 마친 신 회장은 곧바로 호찌민시로 향한다. 그는 2일 호찌민시에서 진행될 '뚜띠엠 에코 스마트시티 프로젝트' 착공식에 참석, 본격적으로 사업 시작을 알릴 계획이다. 해당 프로젝트는 호찌민의 '강남'으로 불리는 뚜띠엠 지구 5만㎡ 부지에 쇼핑몰과 호텔 및 주거시설로 구성된 대형 복합단지를 개발하는 사업이다.



19개 롯데 계열사 진출한 베트남... 핵심 글로벌 거점 기지로


베트남은 현재 롯데리아, 호텔 등 롯데의 19개 계열사가 진출한 핵심 글로벌 거점 기지다. 2017년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 이후 중국 내 롯데마트, 롯데백화점 등이 문을 닫는 가운데 중국을 대체할 해외 사업 시장으로 동남아 비중이 커지며 베트남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롯데건설이 호찌민시에 추진하는 '뚜띠엠 에코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는 1조 원 이상의 사업비가 들어갈 것으로 추산된다.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에 3,300억 원을 투자해 짓고 있는 '롯데몰 하노이'는 내년 완공 예정이다.


롯데리아, 베트남 1위 패스트푸드점으로


롯데그룹의 HQ부문도 베트남에서 활동 면적을 넓히고 있다. 롯데백화점의 해외 점포는 모두 4곳인데 이 중 두 곳이 베트남 하노이와 호찌민시에 있다.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는 지난해 12월 대표로 취임한 후 첫 해외 출장지로 베트남을 택해 올해 6월 두 매장을 찾기도 했다.

롯데마트는 지난달 베트남 중북부 라오스와 캄보디아 접경에 위치한 빈시에 1만3,223㎡ 규모의 15호점 문을 열었다.

베트남 곳곳에 270여 개 매장이 있는 롯데리아는 베트남 패스트푸드점 1위 자리를 굳혔다. 올해 7월 롯데GRS의 베트남 누적 매출은 642억 원으로, 코로나19 유행 전인 2019년 매출 실적 559억 원에서 15%가량 늘었다. 롯데GRS는 올해 말 베트남에서의 누적 매출액이 1,000억 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2017년 다낭공항점을 시작으로 베트남 면세시장에 진출했다. 다낭공항점은 오픈 이후 월평균 30%씩 매출을 키우며 빠르게 성장했고 영업 첫 해에 흑자 달성에 성공했다. 이후 2018년 나트랑깜란공항점과 2019년 하노이공항점을 연이어 오픈했으며 다낭과 하노이에 롯데면세점 시내점 오픈도 준비 중이다.



하노이 정재호 특파원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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