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코로나19 감염 후 1주일째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 가운데, ‘원격’ 기자회견이나 업무 담당자 면담 등이 모두 관저에 설치된 모니터 앞에서 이뤄져 어색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외신 기자들이 소셜미디어에서 문제점을 지적하자 일본 언론과 야당은 ‘IT 후진국’이란 일본의 약점이 다시 드러났다고 탄식했다.
29일 닛폰텔레비전은 기시다 총리가 확진된 다음 날인 22일 열린 원격 기자회견 모습 등을 거론하며 기시다 총리의 재택근무를 ‘기묘한 텔레워크(재택근무를 뜻하는 일본 표현)’라고 명명했다.
당시 많은 기자들은 일반 기업의 화상 회의처럼 각자의 컴퓨터를 통해 원격으로 연결돼 질의 응답할 것을 기대했다. 하지만 실제론 관저에 고정 출입하는 일부 기자들만 모여 기시다 총리의 얼굴이 비치는 모니터 앞에 좌우로 도열해 질문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어색한 기자회견 사진이 공개되자 AFP, 리베라시옹 소속 기자 등이 트위터를 통해 문제를 지적했고, 일본 트위터 사용자들도 “아날로그 기자” “해외에서 웃는다” “부끄러운 IT 후진국”이라며 비판했다.
총리와 업무 논의를 위해 각료나 관료가 관저를 계속 방문하는 것도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온라인 연결로 회의를 하면 굳이 관저를 방문하지 않아도 될 텐데, 평상시와 다를 바 없이 담당자들이 계속 관저를 찾고 있는 것이다. 어차피 총리는 공저(거주 공간)에 격리돼 있기 때문에 관저에 온다고 해도 대면 회의를 할 순 없다.
이에 대해 총리 주변에선 “보안 문제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국가안보회의 등 절대로 비밀로 해야 하는 회의를 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일본 정부는 공저와 관저를 전용선으로 연결해 독자적 회의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시스템은 관저와 공저 사이에서만 통용되기 때문에 총리와 협의를 하려면 무조건 관저를 방문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코로나19 발생 후 일본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환으로 각 기업의 재택근무를 적극 권장했다. 하지만 정작 총리 관저는 디지털에 극히 뒤처진 모습을 노출했다는 것이 내외신의 평가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디지털정책PT단장을 맡고 있는 나카타니 가즈마 의원도 “행정의 사령탑인 관저에 ‘디지털 리터러시’(기술 이용 능력과 정보 이해 능력)가 없다니 놀랍다”며 “일본이 IT 후진국이라는 잘못된 인상을 줄 수 있다”고 비판했다. 기시다 총리는 31일부터 대면 업무에 복귀할 예정이어서 ‘기묘한 재택근무’는 30일까지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