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 탕탕탕'… 대전 권총 은행강도살인 용의자 21년 만에 잡혔다

입력
2022.08.28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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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둔산동 은행강도살인 용의자 2명 특정
공소시효 2016년 만료 … 태완이법으로 부활
화성연쇄살인 때처럼 DNA 분석 확인 가능성 
9월 1일 경찰 공식 브리핑 통해 수사내용 공개

21년 전 대전에서 발생한 '둔산동 은행강도 살인사건' 용의자 2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탈취한 경찰 권총으로 대낮 도심 한복판에서 범행을 저지른 용의자들은 당시 남아 있던 DNA(유전자 정보) 대조를 통해 덜미가 잡힌 것으로 전해졌다.

현금 3억 탈취... 훔친 경찰 권총으로 범행

사건은 2001년 12월 21일 발생했다. 은행 개장 시간 직후인 오전 10시쯤 대전 둔산동 KB국민은행 지하주차장에서 갑자기 총소리가 들려왔다. 복면을 한 2인조 강도가 지하주차장으로 들어온 현금수송 차량을 급습했다. 범인들은 사전에 준비한 권총으로 천장을 향해 1발을 쐈다. 총소리에 놀란 수송차량 운전사와 청원경찰은 곧장 몸을 숨겼다. 하지만 범행을 제지하려던 은행 출납과장 김모(사망 당시 43세)씨는 범인들이 쏜 총에 가슴과 다리 등을 맞아 병원으로 긴급 후송됐지만 30여분 뒤 숨졌다. 현금 3억 원을 챙긴 범인들은 선팅한 그랜저XG 차량을 이용해 도주했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범행 현장에서 130m 떨어진 곳에서 범인들이 도주에 이용한 차량을 발견했다. 해당 차량은 경기 수원에서 도난 신고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범인들은 인근에 대기해 놨던 다른 차량으로 옮겨 타고 도주했을 정도로 치밀한 범행 계획을 세웠다.

경찰이 현장에서 발견된 탄피를 분석한 결과, 두 달 전 송촌동 순찰 경찰이 빼앗긴 38구경 권총에서 나온 총알이란 점을 확인했다. 당시 사건을 잘 아는 퇴직 경찰은 “당시 강력 범죄는 며칠 내로 해결되던 때”라며 "권총이 범죄에 이용된 전무후무한 사건이란 점을 감안하면, 범인이 잡히지 않은 게 이례적"이라고 회상했다.

경찰은 현상금 2,000만 원을 걸고 수배 전단 13만 장을 뿌리며 사건 해결에 총력을 기울였다. 실제 사건 발생 이듬해인 2002년 8월, 현역 군인이 포함된 20대 3명을 사건 용의자로 특정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이들은 법원 영장실질심사에서 “경찰 고문에 의한 허위 자백”이라고 주장했고, 법원은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 해당 사건 이후 대전에선 2003년 1월과 9월, 은행동과 태평동에서 현금수송차량 탈취 사건이 잇따라 터지면서 "둔산동 사건과 동일범들의 소행 아니냐"는 얘기까지 흘러 나왔다.

2015년 형소법 개정 이후 7년 만에 성과

사건은 15년간 교착상태에 빠졌고, 2016년 공소시효가 만료돼 영원히 묻힐 뻔했다. 하지만 2015년 변곡점이 생겼다. 2000년 이후 발생한 살인죄에 대해선 공소시효를 적용하지 않도록 형사소송법(태완이법)이 개정되면서 수사를 계속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이후 7년이 흘렀고, 대전경찰청은 27일 21년 전 사건의 범인을 구속했다.

경찰은 내달 1일 언론 브리핑을 통해 정확한 수사 과정을 설명할 예정이다. 다만 2019년에 해결된 화성연쇄살인사건처럼 DNA 분석 기술이 범인 검거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DNA 분석 기술이 20년 전에 비해 크게 발달했기 때문에 당시 분석하지 못한 정보가 확인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용의자들을 상대로 범행 동기와 도피 과정에서의 조력자 여부, 범행 수익금 사용처 등을 조사하고 있다. 다만 용의자들이 범행을 부인하고 있어, 실체적 진실을 밝혀내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대전= 정민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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