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신재생에너지 전력량 부족한데..."글로벌 회사들, 3년 내 RE100 채우라 해"

입력
2022.08.28 18:30
대한상의, 300개 제조 기업 조사
"대기업 30% 글로벌 제조사들 재생에너지 사용 요구"


국내 대기업 10곳 중 3곳이 글로벌 고객사로부터 제품 생산 과정에서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받았다는 설문 결과가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가 28일 공개한 '국내 제조기업의 RE100 참여 현황과 정책과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제조기업 300곳(대기업 80곳, 중견기업 220곳)을 대상으로 이뤄진 '글로벌 수요기업으로부터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받았냐'는 질문에 14.7%의 기업이 '요구받았다'고 답했다. 수요기업이란 RE100에 참여하는 애플, BMW, 폭스바겐 등 글로벌 기업들을 뜻한다.

특히 대기업의 28.8%가, 중견기업은 9.5%가 각각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받아 대기업의 부담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RE100은 2050년까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전환하자는 민간의 자발적 캠페인인데, 이젠 국내 기업들이 반드시 따라야 할 처지에 놓였다. 해외에선 379개 글로벌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고, 국내에서는 SK 그룹 7개 계열사와 현대차, LG에너지솔루션 등 22곳이 합류했다.



국내 재생에너지, 상위 5개 기업 전력 사용량에도 못 미쳐



글로벌 고객사가 재생에너지 100% 시행에 들어가라고 한 시점2030년 이후가 38.1%로 가장 많았고, 2025년까지(33.3%), 2026∼2030년(9.5%) 등의 순이었다. 설문에 응한 국내 한 제조업체 측은 "해외 기업으로부터 요청받은 사실을 공식적으로 공개하기 꺼리는 국내 기업이 많을 것"이라며 "RE100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으면 수출 경쟁력에 큰 차질을 빚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대한상의 측은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량 부족으로 RE100을 지키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한다. 실제 지난해 국내 전체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43.1TWh였는데, 국내 전력사용량 상위 5개 기업이 한국전력으로부터 구매한 전력(47.7TWh)에도 미치지 못한 규모다.

응답 기업들은 RE100 참여를 하는 데 있어 애로 사항으로 '비용 부담'(35.0%)을 가장 많이 꼽았고, 이어 '관련 제도 및 인프라 미흡'(23.7%), '정보 부족'(23.1%), '전문인력 부족'(17.4%) 등을 거론했다.

김녹영 대한상의 탄소중립센터장은 "해외 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 요구 수준이 높아지면서 국내 기업의 중소·중견기업 협력사도 비슷한 요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며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중견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 증가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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