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흐름으로 대형마트에서 6,000원 대 반값치킨이 인기를 끄는 사이, 치킨집 사장 사이에선 "남는 것도 없는데 죽겠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원·부자재 가격 상승으로 가게 운영이 힘든데, 저렴한 대형마트 치킨 때문에 손님들 눈치가 보인다는 것이다. 대형마트야 배달 수수료, 임대료, 포장비 등이 거의 없지만, 치킨집은 온갖 부대 비용과 마케팅비까지 포함해야 하니 더 비싸게 팔 수밖에 없다. 프랜차이즈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전통시장의 통닭집들은 원가 부담을 못 이기고 가격을 올리면서도 손님들 반응을 살피느라 마음이 복잡하다.
대형 프랜차이즈는 보통 본사로부터 10호 생닭을 6,000원대에 들여오기 때문에, 애초에 치킨을 6,000원대에 판다는 건 불가능하다는 게 현장에서 만난 점주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한 대형 프랜차이즈 점주에 따르면 치킨 한 마리당 들어가는 원가는 신선육 6,050원, 무 329원, 콜라 420원, 기름 2,304원, 포장재 438.5원, 양념소스 231원, 배터믹스 935원, 젓가락 40원, 부가세 600~700원, 배달앱수수료 1,000~1,500원, 할인행사비용 1,500원, 배달대행비 4,000원까지 총 1만8,447.5원이다. 프라이드 치킨 기준 보통 배달비 3,000원까지 총 2만 원이 드는 걸 고려하면, 단순 계산으로 점주에게 떨어지는 마진은 1,552.5원이다. 이마저도 임대료, 인건비, 카드 수수료 등은 뺀 것이라 사실상 오히려 손해를 보고 있다는 게 점주들의 주장이다.
이 와중에 최근 BHC가 일부 닭고기 제품의 가맹점 공급가를 인상하는 등 원가 부담이 커진다는 소리가 나온다. BHC는 최근 '순살바삭클' 등 5개 제품의 공급가를 평균 1.7% 올렸다. 한 점주는 "본사 배만 불리는 구조인데 점주들까지 덩달아 폭리를 취한다는 이미지가 씌워진 것 같다"며 "현장에서 고생하는데 욕은 욕대로 먹는 것 같아 맥이 빠진다"고 토로했다.
그런가 하면 동네 개인 치킨집이나 전통시장 닭강정·옛날통닭집 사이에선 대형 프랜차이즈와의 경쟁이 녹록지 않은데, 이제 대형마트와도 맞붙어야 하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충북에서 중소 브랜드 치킨집을 운영하는 김모(35)씨는 "대형 프랜차이즈 맛에 길들여진 고객은 지역 브랜드 치킨을 잘 찾지 않는다"며 "요샌 치킨 말고도 먹거리가 많아 다른 외식업체와의 경쟁도 심해지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 와중에 대형마트가 치킨 가격을 낮추니 소상공인 사이에서 상도덕 없다는 소리가 나온다"고 덧붙였다.
전통시장 상인들은 고민이 더 크다. 소비자들에게 전통시장은 다른 판매 채널보다 값이 싸야 한다는 인식이 강한데, 대형마트들이 공격적으로 가격을 낮추니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서울 서대문구 한 전통시장에서 7년째 치킨을 파는 정모(53)씨는 "2년 전 식용유가 18리터(L) 기준 2만8,000원이었는데 지금은 7만5,000원까지 치솟았다"며 "결국 한 달 전 판매가를 1,000원 올렸는데 손님들이 마트 치킨과 비교하면 어떡하나 걱정"이라고 말했다. 서울 관악구 전통시장에서 닭강정을 파는 박모(58)씨는 "지난해 설에 이어 추가로 값을 올려야 하는데 시기가 좋지 않아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라며 답답해했다. 6,000원이 적정 가격의 기준이 될까 봐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울산 중구 재래시장에서 닭강정을 판매하는 김모(33)씨는 "시장 치킨은 원래도 저렴한데 지금보다 더 싸야 한다는 분위기가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대형마트 치킨의 인기가 오래 가지는 않을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홍보 차원에서 일시적으로 파는 '미끼상품'이라 충성 고객이 이탈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도 섞여있다. 정씨는 "50원 남아도 남는 건 남는 거"라며 "마진이 크지 않은 상품을 대형마트가 계속 끌고 가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대형 프랜차이즈 업계의 한 관계자는 "결국 이전에 즐기던 맛과 품질을 찾아 수요는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