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선패배 백서, "기후위기·성평등·신산업성장 의제가 승부처"

입력
2022.08.26 04:30
검수완박 강성 지지층은 민주당 내 6.3%뿐
우상호 "유권자 변화 맞춰 민주당 바뀌어야"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대선·지방선거 연패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서는 기후위기와 성평등은 물론 신산업성장 같은 의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지금의 민주당 핵심 지지층만 끌어안는다면 향후 선거에서도 승리가 어렵다는 문제의식이 담겨 있다.

민주당이 지난달 출범한 당내 대선평가기구인 새로고침위원회는 25일 국회에서 활동 결과보고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평가를 내렸다. 새로고침위원장을 겸임하고 있는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전통적인 틀로 분석하기에는 유권자 지형이 많이 바뀌었다"면서 "시대와 유권자의 변화에 발맞춰서 민주당도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내 강성 지지층 6.3%뿐

새로고침위가 3,000명을 대상으로 전화조사 대신 소위 'Q방법론'을 적용해 웹조사를 실시한 결과, 현 유권자들은 개별 정책 이슈에 따라 6개 그룹으로 분화돼 있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평등과 평화, 복지를 중요하게 여기는 ①평등·평화 그룹은 37.7%, 시장 중심의 자유와 능력주의에 기반한 공정을 선호하는 ②자유·능력주의 그룹은 21.5%다. 이어 미래성장 동력을 중시하면서 국가의 복지와 친환경 정책도 필요하다는 ③친환경·신성장 그룹은 18.8%, 시장과 국가 기득권에 비판적이면서도 성평등과 소수자 우대에 강한 반감을 보인 ④반권위·포퓰리즘 그룹은 9.3%다. 또 민생정책 요구가 크지만 상대적으로 무당층이 많은 ⑤민생우선 그룹과 정치개혁 목소리는 크나 다른 이슈에는 무관심하거나 반대성향을 보이는 ⑥개혁우선 그룹은 각각 6.4%, 6.3%다.

민주당 지지층 가운데서는 ①그룹이 55.7%로 최다 주류였고, ③그룹이 18.4%로 그 뒤를 이었다. 반대로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응답층에선 ②그룹이 41.4%, ③그룹이 23.8%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상호 "의제 다양화 없으면 계속 지는 정당 전락"

새로고침위원회의 결론은 민주당이 ①그룹을 기반으로 ③그룹의 주요 관심사인 친환경·신성장 전략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원재 전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평화 노선과 복지 확대를 통한 평등 강화, 보편적 복지국가 강화 노선만으로는 한국 사회에서 다수를 형성할 수 없고, 이것이 아마 지난 대선·지방선거 패배의 한 원인일 수 있다"며 "기후위기와 성평등, 새로운 산업의 성장 등의 의제들에 더욱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 위원장도 "37% 정도의 ①그룹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지지층인 6% 정도의 ⑥그룹을 합치면 43%대에서 (민주당 지지층이) 고착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우리가 선거에서 진 것은 ②③④그룹이 우리를 지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저들을 우리 지지층으로 만들지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 위원장은 "'반(反)윤석열'으로만 가서는 외연 확장이 어렵다는 것이 확인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새로고침위 "과도한 민주화 주장은 반감"

이날 새로고침위는 민주당 핵심 지지층 및 지난 대선·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지지를 철회했던 이탈민주층 1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집단심층면접(FGI) 결과도 일부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참가자들은 민주당이 과거 민주화에 대해 공로를 과도하게 주장하는 건 반감만 살 뿐이라고 답했다. 또 여야가 공수교대할 때마다 '싸움을 위한 싸움'과 내로남불식 비판에만 열중하는 것은 정치혐오만 불러일으킨다고 지적했다.

강진구 기자
김가윤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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