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인멸까지 죄질 불량"... '택시기사 폭행' 이용구 전 차관 집행유예

입력
2022.08.2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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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재판부, 징역 6개월에 집유 2년 선고
택시기사 폭행, 블랙박스 영상 삭제 요구
李 부인에도 재판부 "증거인멸 의도 있어"
'내사종결' 경찰관은 무죄... 李 "축하한다"

술에 취해 택시기사를 폭행하고 블랙박스 영상 등 증거를 없애려 한 혐의로 기소된 이용구(58) 전 법무부 차관이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죄질이 불량하다”며 모든 혐의를 유죄로 봤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2부(부장 조승우 방윤섭 김현순)는 25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운전자 폭행과 증거인멸교사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 전 차관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 전 차관은 2020년 11월 서울 서초구 자택 앞에서 술에 취해 택시기사의 목을 잡고 밀친 혐의로 기소됐다. 택시기사에게 1,000만 원을 건네며 폭행 장면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을 삭제하고, 경찰 조사에서 허위 진술을 부탁한 혐의도 있다.

당초 이 사건은 서울 서초경찰서가 반의사불벌죄인 폭행죄를 적용해 내사 종결했으나, 그가 차관으로 임명된 뒤 언론을 통해 부실수사 의혹이 제기되면서 뒤늦게 알려졌다. 논란이 확산하자 이 전 차관은 지난해 5월 사임했고, 경찰과 검찰은 재수사 끝에 같은 해 9월 그를 기소했다.

검찰은 지난달 열린 결심공판에서 이 전 차관에게 징역 1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택시기사에게 욕설하고 항의하는 기사의 목을 움켜잡은 사실이 블랙박스 영상에서 확인된다”며 “이 전 차관은 진실을 추구할 의무가 있는 변호사인데도 영상 삭제와 허위진술을 요청해 죄질이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전 차관은 운전자 폭행은 인정했지만, 증거인멸교사는 부인했다. 영상을 지워달라고 한 이유는 “택시기사가 카카오톡으로 보내준 영상이 제3자에게 전달되거나 유포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지 블랙박스 원본 영상을 지워달라는 뜻은 아니었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 전 차관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이 전 차관은 택시기사에게 사건 경위에 관한 진술까지 허위로 해달라고 부탁해 증거인멸을 교사할 의도가 있었다”면서 “운전자 폭행은 교통사고를 유발해 제3자의 생명에 위협을 줄 위험이 높은 데다, 이 전 차관은 형사처벌을 면하기 위해 증거인멸까지 부탁해 죄질이 불량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다만 △폭행 피해가 중대하지 않고 △택시기사가 이 전 차관을 용서했으며, △범행이 경찰 내사 종결 결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검찰 구형보다 형량을 낮췄다.

이 전 차관 범행 장면이 담긴 영상을 확인하고도 단순폭행죄를 적용해 내사종결한(특수직무유기 등) 혐의로 함께 기소된 전 서초서 경찰관 A씨에게는 무죄가 내려졌다. 그가 업무를 불성실하게 수행한 건 맞지만, 이 전 차관의 범죄를 덮기 위해 고의로 폭행 영상을 은폐하지 않았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이 전 차관은 선고 직후 법원을 나서며 취재진에게 “A씨의 무죄를 축하한다”고 말했다.


박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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