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슈퍼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은행, 보험, 증권, 카드 등 서비스를 모두 이용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예금, 보험 등 금융상품 중개를 허용해 소비자 선택권을 넓히는 방안도 추진된다.
금융위원회는 23일 열린 제2차 금융규제혁신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플랫폼 금융서비스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전통적인 금융회사가 금융 플랫폼으로 성장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풀고, 핀테크(금융+기술) 업체들도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금융 상품을 비교ㆍ추천할 수 있도록 업종 간 경계를 허무는 것이 핵심이다.
우선 은행의 ‘디지털 유니버설 뱅크’ 도약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통합앱’ 운영을 은행 부수업무로 인정하기로 한 게 대표적이다. 이렇게 되면 지금처럼 은행ㆍ보험ㆍ카드ㆍ증권 등 서비스에 따라 별도 앱을 설치할 필요 없이 한곳에서 모든 업무를 볼 수 있다. 또 은행앱에서 건강보험 납입내역, 공과금 고지서 등을 통합 관리하고, 본인 확인 서비스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부수업무를 유연하게 해석하겠다고 했다. 중고차거래 중개 등 계열사 비금융 서비스도 연결해 제공할 수 있다. 금융지주회사는 영리 업무를 할 수 없지만, 통합앱의 개발과 관리ㆍ유지 업무에 한해선 위탁 수행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보험사는 ‘헬스케어(건강관리) 플랫폼’으로 발돋움할 길을 터주기로 했다. 보건복지부와 협의해 비의료기관이 제공할 수 있는 헬스케어 서비스 범위를 넓히고, 보험사가 영위할 수 있는 업무는 헬스케어 자회사도 똑같이 수행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한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들은 보험사 플랫폼에서 건강관리 기기를 구매하거나 체육시설을 등록ㆍ이용하고, 건강 상담까지 받을 수 있다. 운동, 식단 등 건강관리 노력에 힘쓴 보험 계약자에게 제공하는 보상 한도도 현행 3만 원에서 업계에서 요구한 건강관리기기 수준(약 20만 원)으로 올린다.
카드사들은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사업자로서 핀테크 기업처럼 다른 카드사 상품까지 비교ㆍ추천할 수 있게 된다. 자사 상품을 유리하게 추천하는 등 부당 행위를 막기 위한 보완 방안도 마련한다. 금융당국은 법 개정을 통해 신용카드 약관ㆍ거래 조건 등을 이메일이나 카드앱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전자문서 교부를 허용하는 방안 역시 추진할 예정이다.
거꾸로 네이버, 카카오 등 플랫폼 사업자도 지금보다 다양한 금융상품을 온라인으로 취급할 수 있게 된다. 단 정식 제도화에 앞서 혁신금융서비스 지정(규제 샌드박스)을 통해 시범적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은 시중 은행과 저축은행, 신협 등의 다양한 예ㆍ적금 상품을 편리하게 비교하고, 추천받아 가장 유리한 금리를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실명확인과 예금수취, 계약체결까지는 플랫폼 사업자가 대리할 수 없다.
보험대리점(GA)과 설계사들의 거센 반발을 불렀던 온라인 보험상품 중개 역시 판매는 기존 채널을 유지하고 비교ㆍ추천만 제한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대면용, 텔레마케팅용, 사이버마케팅용 상품 모두 취급할 수 있지만, 상품 구조가 복잡하거나 보험료가 비싸 소비자 피해 우려가 큰 상품은 제외한다. 원금 손실과 불완전판매 우려가 큰 펀드 상품 또한 예금ㆍ보험 시범운영 결과를 지켜보면서 플랫폼 투자중개 인가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금융위는 유권해석 등 즉시 시행 가능한 조치는 바로 적용하고, 관련 법 개정과 가이드라인 마련, 관계기관 협의도 속도감 있게 추진하기로 했다. 이날 회의에선 플랫폼 규제 혁신과 함께 소비자 보호를 위한 리스크 관리 체계와 금융규제 샌드박스 내실화 방안도 논의됐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플랫폼업체가 예금, 보험 등 금융 상품을 중개하는 것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있어 합리적인 대안 마련에 고심했다”면서 “금융사, 빅테크 간의 건전한 경쟁을 통해 자율적인 혁신이 일어나고 소비자 편익이 증대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