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고강도 감사를 예고한 감사원이 '정치 중립' 논란에 허덕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감사원이 과거 정부 표적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감사원법 개정안까지 발의하면서 공세 수위를 높였다. 감사원은 여러 의혹에 적극 반박하며 선을 긋고 있지만 굵직한 사건이 줄줄이 놓여 있어 갈등은 지속될 전망이다.
22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23일 감사위원회의에서 하반기 감사운용계획 안건이 다뤄질 예정이다. 감사원은 에너지 정책수립 과정을 비롯해 각종 감사일정을 준비하고 있다. 이 감사의 경우 문재인 정부 시절 '탈원전 정책이 상위법을 무시해 관철됐다'고 지적하는 국민의힘의 청구로 한 차례 진행됐고 지난해 3월 "문제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전의 일이다. 따라서 이번 감사계획에 포함될 경우 재조사를 둘러싼 논란이 불가피하다.
감사위원들은 18일 회의에서 하반기 감사계획 안건을 검토했지만 시간이 충분치 않다는 등의 이유로 결론내지 못했다고 한다. 이에 '일부 위원들이 에너지정책 감사에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감사원은 "인력 부족 등을 고려한 업무 부담이 논의됐다"면서도 "'탈원전 코드 감사'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력 부인했다. 감사 자체의 적절성을 놓고 이견이 표출된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반면 민주당은 의혹을 제기하며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다.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정치보복수사대책위원회' 회의에서 "감사원이 정권의 2중대를 자처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그는 최근 감사원이 국민권익위원회 감사를 2주 연장한 것을 언급하며 "(전현희 권익위원장을 겨냥해) 꼬투리 잡을 만한 건수가 잡힐 때까지 괴롭히겠다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까지 두 차례에 걸쳐 △감사원 직무감찰 대상에서 헌법기관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제외 △감사 대상자에 사전통지 및 감찰 권한 남용 금지 등 내용을 담은 감사원법 개정안도 발의하며 감사원을 압박했다.
감사 대상으로 지목된 전현희 권익위원장은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감사원이 직원들에게 강압적으로 허위답변을 종용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선관위 또한 지난 대선 '확진자 사전투표 관리 부실' 의혹과 관련해 감사원의 자료 요청을 거부하며 각을 세우고 있다.
여기에 민주당이 주요 감사의 선봉에 선 유병호 사무총장을 직격하면서 사태 추이가 주목된다.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한 최재해 감사원장은 '유병호 사무총장에 대한 행동강령 위반 신고가 접수됐느냐'는 김의겸 의원 질의에 "접수된 것으로 안다. 특감반을 편성해서 조사 중"이라고 답했다.
유 총장은 6월 취임 후 고강도 감사를 진두지휘해왔다. 지난 정부 당시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평가 개입 의혹 감사를 부당하게 처리했다며 감사원 A 전 과장 등을 직위해제하고 내부 감찰도 지시했다. 김 의원이 언급한 신고는 A 전 과장 등이 이에 반발해 접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원장은 "감사원의 직무상 독립성과 중립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잘 알고 있다"면서 "불편부당의 자세로 직무에 충실히 임할 생각이니 지켜봐 달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