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 금메달리스트부터 아나운서까지… ‘이색’ 경력 신임 순경들

입력
2022.08.19 12:00
제310기 신임 경찰관 졸업식... 2280명 배출
할아버지·아버지·딸 '3代' 경찰가족도 탄생
근무 중 뇌출혈로 쓰러진 아버지 뜻 받들어
실습 중 지하철 '몰카범' 잡은 순경도 눈길

김성민(35) 순경은 최근 경찰관이 되기 전까지 유도 국가대표로 활약했다.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15년간 도복에 태극마크를 달고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과 2018년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에서 연이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 순경은 지난해 무도 특채로 경찰관이 됐다.

19일 충북 청주시 중앙경찰학교에서 열린 제310기 신임 경찰관 졸업식에서 순경 계급장을 단 그는 “15년 유도 국가대표 생활에 이어 앞으로 30년은 국민 재산과 안전을 보호하는 치안 국가대표로 살아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 순경을 포함해 이날 총 2,280명의 중앙경찰학교 교육생이 새내기 경찰관이 됐다. 지난해 12월부터 34주간 형사법 등 법률 과목과 사격ㆍ체포술 등 교육을 이수한 이들은 이날 졸업과 함께 전국 곳곳의 지방경찰청에 배치돼 치안 현장에서 근무하게 된다. 이날 졸업식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비롯해 졸업생 가족 등 9,0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임관한 신임 경찰관 중에는 이색 경력자가 많았다. 김대환(36) 순경은 방송인 출신이다. 그는 충북 지역 케이블TV인 CCS충북방송에서 3년간(2014~2016년) 아나운서로 일하며 뉴스와 지방선거 관련 토론ㆍ대담을 진행했다. 김 순경은 “친절하고 따뜻한 마음을 지역민에게 전하는 포근한 파수꾼이 되겠다”고 말했다.

부모님을 따라 경찰 제복을 입은 경찰관도 적지 않다. 아버지ㆍ어머니에 이어 경찰관이 된 김은아(23) 순경은 “어렸을 때부터 평소에는 강인한 경찰관의 모습을 보여주시고, 때로는 다정하게 약자의 말을 들어주는 부모님을 보며 경찰관이라는 꿈을 키웠다”며 “끊임없이 노력하며 부모님 같은 경찰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민하(23) 순경도 할아버지ㆍ아버지에 이어 경찰관이 됐다.

홍준희(24) 순경은 지난해 8월 근무 중 뇌출혈로 쓰러져 순직한 고(故) 홍종표 경감의 딸이다. 그는 “‘경찰은 가장 어두운 곳을 가장 먼저 달려가는 사람’이라는 아버지 말씀을 되새겨 힘든 상황에 처한 분들에게 도움을 드리고 싶다”고 했다.

실습 중 범인 검거 '척척'

실습기간 중 검거 실적을 올린 경찰관도 있었다. 지하철 ‘불법 촬영’ 신고를 접수한 안수현(28) 순경은 피해자 진술을 통해 피의자의 인상 착의 등을 확인했다. 이후 지하철 역사 내 폐쇄회로(CC) TV를 통해 피의자의 이동 방향을 포착해 피의자를 검거했다.

신동진(25) 순경은 '모텔에 남자친구에게 감금돼 있다. 살려달라'는 112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이후 피해자와 연락이 끊겨 정확한 위치를 파악할 수 없었던 신 순경은 모텔 밀집 지역을 일일이 탐문해 피해자를 구조했다. 피해자 아들 진술과 CCTV 등을 토대로 피의자 인상착의를 확인한 후, 주변 수색을 거쳐 도주하던 피의자를 긴급 체포했다.

박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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